“뭣 십년에 ‘목딱’이란 귀신 처음 본다”고 했다. 민주당의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53년의 의정사상 처음 보는 폐악이다. 일찍이 자유당 독재정권이나 군사정권에서조차 볼수 없었던 희한한 권모술수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고 또 예측이 가능했던 일도 아닌 상식의 허를 찔린 국민은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즉 이른바 DJP의 노회함에 경악과 공분을 금치 못한다.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를 가리켜 흔히 ‘정치9단’이라고들 말한다. 두 ‘정치9단’의 기발한 착상인 용병의원 빌려주기는 과수다. ‘정치9단’은 커녕 9급도 안되는 자충수로 끝내 민심을 더 멀리 이탈시켰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구성을 위한 이같은 편법은 국회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요량인 것 같다.
그러나 역대 그 어느 집권당치고 국회운영을 일방적 힘에 의거하여 민심을 얻은 적은 없다. 우리는 DJP공조 여부는 두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아 한동안 소원한 것을 다시 복원한다고 하여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두 당이 합당을 하든지, 아니면 국회운영에 자민련이 원내 무소속으로 남아 민주당과 동조하든지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용병의원 빌려주기같은 인위적 정계개편 강행은 일종의 헌정질서 파괴다.
우리는 용병의들이 둘러대는 국정안정을 강변으로 여기는 것처럼 두 당의 지도부가 세 의원의 탈당 및 입당은 자의적 결단이라고 우기는 사실을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불행을 체험한다.
설사, 아래사람들이 그같은 정치적 농간을 추진하였다 하여도 결국은 이를 승인한 김대통령과 김명예총재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다. 더욱이 야당은 새해를 맞아 적어도 경제에 관한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한바가 있다. 여야의 상생정치, 생산적 정치기운이 모처럼 싹트는 마당에 이에 찬물을 끼얹는 DJP의 폐악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양김의 오만이다. 양김이 오만을 버리지 못하면서 YS의
오만을 배척하고자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우리는 3김중 정치현역에 머문 양김 가운데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폐덕의 주역인 사실을 몹시 안타깝게 여긴다. 정치를 현실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미래가 없는 것도 또한 알아야 한다. 이래가지고 민심을 수반해야 할 개혁을 어떻게 제대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인지 지극의 의문이다. 민심을 얻는 것은 꾀가 아니고 덕이다. 덕은 저버린채 꾀로만 일관하는 실덕은 유한하다. 김대중대통령은 불행히도 국민의 구심력을 저버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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