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生의 정치 기대할 수 있나

신년 초부터 정국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의 배기선(裵基善), 송석찬(宋錫贊), 송영진(宋榮珍)의원이 탈당, 자민련에 입당함으로써 자민련은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케 되었으며, 동시에 소위 DJP 공조가 복원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여당이 자민련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하여 국회법 개정을 수차례 시도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어렵게된 상황에서 등장된 해법인 것 같다.

물론 배의원 등 당사자들은 현재와 같이 야당이 반대하는한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안정된 정국 운영이 어려워 여당이 각종 개혁입법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구국의 심정으로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하였다고 하지만 과연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더구나 최근 새로 임명된 여당 대표가 DJP 공조가 복원되었다고 언급한 직후에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여권 지도부와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진 행태로 보기는 어렵다.

한편 야당은 이를 정계개편을 위한 정치적 쿠데타로 규정, 더이상 여당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비난하면서 강력한 대여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더이상 인위적 정치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여당이, 이런 국민을 속이는 정치를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므로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해 들어 여야관계가 상생의 관계로 회복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은 큰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의원들의 탈당만 없었다면 오는 4일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간의 신년 여야 영수회담이 열려 화합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은 새해에 대한 희망을 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영수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 같으며, 정국은 더욱 꼬일 전망이다. 자민련이 비록 국회에서 때로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정치적 실체이기는 하지만 여당이 이렇게 상식에 벗어난 정치행태를 통하여 DJP 공조를 해야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인위적인 정치개편보다는 정책대결을 통한 타협과 대화의 정국운영을 요망하였다. 상생의 정치는 말로 또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타협과 대화속에서 국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펼때 가능한 것임을 특히 여당은 알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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