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역에 대형유통업체들의 출점이 잇따르면서 지역재래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는 가운데 몰락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올 하반기이후 실물체감경기 위축이 가속화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존립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경기도내 모두 63개의 재래시장이 있으나 90년대 들어서면서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유통업체에 고객을 빼앗겨 점차 자리를 내주면서 지역유통경제의 기형적인 구조변화와 함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중병을 앓고 있는 지역 재래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①수원 영동·역전재래시장
◇지역재래시장 실태
“멀고도 먼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올길이 없습니다.
대형유통업체들의 잇따른 출점으로 결국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떠진꼴입니다”
수원 영동시장의 한 상인의 하소연섞인 말이다.
지난 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화성·용인 등 경기남부지역에서 최대 상권을 형성, 문전성시를 이루던 수원 지동 및 영동시장일대의 경우 3천여개의 점포가 성업을 이뤘으나 최근 소비격감에 따른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데다 백화점 및 할인점들의 신규출점이 이어지면서 재래시장의 손님을 급격히 빼앗겨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수원 영동시장내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Y업소 이모씨(50)는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그렇다치고 오후 6시만 넘으면 사람조차 구경하기가 힘들어 대부분의 업소들이 전기비와 난방비라도 건지기위해 저녁 8시만되면 문을 닫는다”며 “최근 장사가 안돼 주변에 매물로 나온 점포가 부쩍 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숙녀복 가게를 하는 김모씨(40·여)는 “지난해에는 그럭저럭 가게를 꾸려갔으나 올들어선 더욱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새로운 제품을 갖다놓려해도 팔지않아 엄두도 내지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재고마저 자꾸 쌓여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1945년부터 시장이 형성된 수원 역전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노점상을 포함 최고 400여개에 이르던 점포가 현재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매물로 나온 점포만도 수십여개에 이르고 있다.
한 상인은 한마디로 ‘죽쑨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서슴없이 표현했다.
상인 강모씨(45·여)는 “서민들의 소비가 계속해서 꽁꽁 얼어붙은데다 백화점 셔틀버스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싹쓸이해 재래시장의 손님이 다 빠져나간다”며 “연말과 명절때의 시장분위기는 더욱 침체돼 상대적인 박탈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방안
한 유통전문가는 “백화점과 할인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 재래시장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외부적인 것인 백화점 및 할인점이 늘어나면서 손님이 줄어드는것으로 이유를 찾지말고 상인번영회 등이 주축이돼 내부적인 자구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 및 상품의 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춰 고객들이 시장을 외면하지 않게해야하며 환경정화, 주차장과 편의시설도 대형유통업체에 비해 뒤질 수 밖에 없는 실정으로 이에 따른 대책마련도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형백화점과 할인점에 밀려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자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수원시 팔달문 일번가 상인연합회(회장 이길상)는 최근 시장기능 활성화를 위해 ▲시장 증축을 위한 법률 완화 ▲재래시장 공영주차장 요금 인하 및 운영권 부여 ▲시장 주변 공공기관의 화장실 개방 등을 경기도와 수원시에 건의했다.
또한 자체적으론 상인회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노후한 건물을 보수하는가하면 통행로 정비 등 쾌적한 쇼핑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업소간 정보교환, 축제 등 이벤트 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고객 이모씨(40)는 “최근 시장의 깨끗해진 모습과 친절해진 상인들을 보고 놀랐다”며 “고객들의 입장에서 변화한다면 우리정서가 살아 숨쉬는 있는 시장은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기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원시도 시내 각 재래시장의 운영실태·발전계획 등을 조사 평가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 시장 활성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경기도는 ▲재래시장 경영현대화 촉진 ▲영세독립점포간 체인화 ▲건전한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지방중소유통업체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는 내년2월까지 각 시·군별로 민관합동 ‘지방중소유통 대책반’을 구성해 지자체별 구조혁신계획을 수립 추진키로했다.
또한 시장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올해 시장재개발상업자금 31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점포시설 개선자금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 유통업체에 맞서 일반시장이 경쟁한다는 것은 역부족으로 그렇다고 무작정 손만 놓고 있으면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대형유통점이 갖고 있지 않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자구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이길상 수원시 팔달문 1번가 상인연합회장은 “대형유통업체들의 신규출점 가속화로 일반재래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실물 체감경기마저 급속히 냉각, 하루가 다르게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서민경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에 “자체적으로 상인들이 침체된 상권활성화를 위해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상황으로 시 등 관계당국은 서민경제의 근간인 재래시장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활성화 대책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돈기자 sdpark@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