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식 복권의 역기능

우리 사회의 ‘한탕주의’ 열풍이 심각한 수준이다. 각종 실물경기 지표가 몇년째 불안한 조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행산업의 매출은 매년 상상을 넘는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매몰찬 경제한파속에 대박심리가 확산되면서 요즘 당첨금액이 10억원대에 이르는 즉석식 복권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최고 40%까지 증가한 것은 투기판으로 변한듯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으로 몹시 씁쓸하다.

누구나 경험해 보았듯이 복권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도 복권을 사는 것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요행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즉석식 복권은 종전의 추첨식 복권과는 달리 복권을 사는 즉시 손톱이나 동전으로 표면을 긁어서 당첨여부를 알게되는 ‘즉석식’이어서 서민들과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유발하기가 더욱 쉽게 마련이다.

물론 정부가 발행하는 복권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공공사업기금을 조성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복권발행 자체를 일종의 필요악적 산물이라고 보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사 특수한 목적으로 복권이 발행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허욕과 환상을 자극하고 심할 경우 적지않은 재산상실과 그에 따른 폐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결코 권장할만한 일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시중에는 주택복권·관광복권 등 그 종류가 10여개나 되고 시장규모가 1조4천억원에 이르게된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과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순간적인 사행심을 자극, 수시로 복권매입을 유혹함으로써 그들의 주머니를 축내는 즉석식 복권은 당국이 어떠한 목적과 명분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지탄과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진사람’이나 ‘없는사람’을 가릴 것 없이 못된 투기열병을 앓고 있다. ‘있는사람’들은 그들대로 부동산투기를 일삼고, 봉급생활자들과 상당수의 농민들까지도 증권투자에 멍들어 있는 판국에 돈놓고 돈먹기식의 즉석식 복권이 저소득층의 사행심을 자극, 온통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대량실업사태속에서도 3D업종 취업을 기피하려는 현상이 번지고 있는 세태에 불로소득보다는 ‘근면’이 강조되어야 마땅하거늘 정부가 복권을 남발, 사행심을 유발케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전국민의 사행화’를 부추기는 복권 남발을 자제하고 현행 복권제도를 정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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