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害외면한 지방행정

큰 눈이 내렸다. 큰 눈이래야 평균 10여㎝의 강설량이다. 미국의 동부지방을 강타한 수십㎝의 폭설같은 것은 아니다. 순백의 눈을 보면서 술수 위주의 집권층에 의식 표백을 촉구하는 하늘의 섭리인지, 아니면 결빙정국의 가속을 예고하는지를 생각케 했다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층을 우려하는 것과 함께 지방행정 또한 지역주민들에게 아주 큰 불만을 샀다.

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어제 새벽부터였고, 어제 낮 하루를 지난 오늘 아침 출근길은 빙판투성으로 큰 곤혹을 치루었다. 이만한 눈을 두고 차량이 파묻히도록 내린 폭설처럼 자연재해로 방관하는 지방행정에 누굴 위한 행정인가를 묻고 싶다. 눈을 치우는 글레이더같은 장비하나 움직이는 것을 볼수 없었고, 염화칼슘 뿌리는 모습조차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자치단체마다 비상근무를 했다지만 뭘 했는지 알수 없다. 큰 눈이 내려 비상근무를 했으면 길에 나와 일을 해야지 책상머리에만 들어앉았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묻는다. 근년에 보기드문 큰 눈이긴 하나 이만한 눈쯤은 충분히 예견, 월동대책에 들어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리 세워둔 수순에 따라 일사불란한 제설작업등이 요지요지엔 추진됐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같은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고도 아마 예산집행은 했을지 모른다.

어제부터 시작해서 오늘도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주민의 재산손실 뿐만 아니고 인명 또한 많이 다쳤다. 넋놓고 손묶어둔 지방행정, 허울뿐인 월동대책으로 인해 지역주민이 이처럼 피해를 입어서야 평소 곧잘 말한 ‘주민생활의 질 향상’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행정은 주민행정이며 생활행정이다. 이번 눈으로 해서 지역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그간의 자치행정이 듣기만 좋은 구호행정에 얼마나 급급했는가를 드러내는 여실한 사례라 할수 있다.

주민행정, 생활행정은 말로서가 아닌 실질체감이 지역주민에게 피부로 접촉될 수 있어야 한다. 안일한 생각에 젖은 현 자치행정 수준이 이에 부응한다 할 수는 없다. 큰 눈에 대비한 월동대책은 과거 자신의 신분을 걱정한 관선단체장때 오히려 더 잘됐다는 말을 민선단체장들은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임기보장만 믿고 예견된 주민고통을 외면한 것이 노력의 흔적조차 안보인 작금의 설해무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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