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일산시장
◇일산재래상설시장 실태
일산시장은 지난 81년 10월 무질서하게 난립한 무허가 건물을 현대식 2층 건물로 신축하면서 본격적인 상설 재래시장이 됐다.
고양시에서는 유일하게 ‘일산민속 5일장’과 공존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산시장에는 의류 신발 잡화 농산물 약재상 등 105개 점포가 밀집해 있어 백화점과 다름없으며 5∼6년 전 일산신도시에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기 전 까지만 해도 고양 파주 서울 은평구 일대 주민들로 항상 붐비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94년 이마트를 필두로 레이크쇼핑, 뉴서울프라자, 대우로얄마트, 뉴삼창마트, 뉴코아, 그랜드, 롯데, 까르푸, 월마트, 마그넷 등의 대형 유통센터 20여개가 잇따라 들어서자 끝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고양경찰서 이전, 일산신도시 조성과 함께 본일산 지역경제가 몰락하면서 매출이 예전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일산시장은 3일과 8일 열리는 ‘일산민속 5일장’이 뿌리가 됐다. 고양시에서는 유일하게 상설시장과 5일장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지금의 일산 5일장은 본래 사포장(巳浦場)으로 약 300년전 쯤 부터 열렸다.
지난 97년 우(牛) 시장을 관통하는 4차선 도로가 뚫리기 전 까지만 해도 경기북부에서 가장 큰 장터였다.
현재 200여명의 상인들이 의류 잡화 농수산물 등 40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으며 하루 1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점
업계에 따르면 대형 점포는 인구 10만명당 1개가 적당하데 고양시에는 현재 23개 대규모 점포가 밀집해 과당 경쟁하고 있으며 롯데 마그넷 화정점 등 3개 업체가 신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백화점 2곳과 4개 할인점 만이 수익을 내고 나머지 업소는 경영 악화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마켓팅 전략과 전문 경영인이 부재한 재래시장은 더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일산시장은 번영회가 구성돼 있으나 통일적인 홍보나 판매전략이 전무한 실정이다.
물건을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했지, 자가용 시대에 걸맞는 주차장도 없으며 점포수는 롯데(719), 그랜드(379), 레이크(467), 뉴서울(441) 등에 3∼7배나 적다.
당연히 가격 경쟁력과 상품의 다양성 면에서 대형유통센터에 밀리고 있다.
의류를 판매하는 A업소 관계자는 “해만 지면 사람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썰렁하다”며 한숨을 쉬었고, 계절없이 호황을 누리며 즐비하던 분식점은 불과 1∼2개만 남았고 그나마 문닫는 시간이 더 많은 실정이다.
◇재래시장 및 상권 활성화 방안
대형 할인점 등과 경쟁하여 살아나기 위해서는 깨끗한 주변환경 조성과 비현대식 재래시장의 재개발 사업이 필수적이다.
고양시는 황교선 시장의 공약에 따라 재래시장을 현대식 건물로 재개발하기 상가 번영회와 수차례 대화를 가졌으나 지난 99년 10월 백지화 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의 점포가 임대 운영돼 건물주들과 임차인들이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영세상인 및 건물주들이 자부담 능력 부족과 사업 추진 능력 부족으로 재개발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도로확장, 상수도시설 확충을 이미 시행중이며 앞으로 도시재개발과 공영주차장 건립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상권 활성화를 도울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적인 방법만으로는 일산시장을 되 살릴 수 없다는 게 일산시장을 아끼는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먼저 김황경 일산중·종고 총동문회 회장은 “본일산 지역경제를 되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양경찰서, 고양여중, 고양여종고 등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주요 시설이 더 이상 이전해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도시기반시설 없이 우후죽순 건물만 들어서는 조합아파트들이 더 이상 난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고양문화원장을 지낸 고양시 향토문화보존회 이은만 회장은 일산민속 5일장과 일산상설재래시장이 상호 가치를 부양하며 공존하도록 지난해 처음 개최된 개천절 축제를 시가 앞장서 지원하여 풍류 일산장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동네가게 살리기 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고양녹색소비자연대 김미영 사무국장은 “전문 경영인들이 번영회를 맡아 쇼핑봉투 공동제작, 이벤트 기획 등의 마켓팅 전략을 세우는 등 상인들의 자구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민속 5일장 성우연합회 정용섭 회장 인터뷰>전국민속>
“주차문제만 해결되면 대형 할인점 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전국민속 5일장 성우연합회 정용섭 회장(46·고양시 덕양구 삼송리)이 자신있게 강조한 말이다.
- 일산시장 점포 입주 상인들이 5일장 상인들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지는 않는가?
▲지난 97년 고양시가 제1회 꽃박람회를 준비하면서 5일장을 없애려 하자, 일산시장 상인들이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지난해 10월3일 열린 개천절 행사를 올해는 함께 하자는 상인도 많다. 적극적인 협력관계로 풍류 일산장의 옛 명성을 되살리겠다.
- 5일장의 매력은 무엇인가?
▲5일장에는 ‘떨이 문화’가 있다. 그날 가져나온 물건은 그날 모두 팔아치운다. 야채 생선이 그래서 다른 판매점보다 신설하고 값이 싸다. 또 다양한 볼거리와 흥정하고 깎는 맛이 있다.
-일산시장과 5일장이 일산신도시 조성후 크게 위축된 감이 있는데.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인도 많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아직 200여명의 상인중 20%가 하루 1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나머지 80% 이상의 상인들이 30∼50만원씩 판매하고 있다.
-주차문제가 너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난 97년 시장 관통 도로 개설후 장터 면적이 크게 줄고 자가용이 늘어 소비자들이 불편해 하고 있다. 시가 시장주변을 조속히 재개발하고 공영주차장을 건립해줘야 한다. 대형 유통업체 보다 우리 같은 소상인이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유인 대책은?
▲옛 장터 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형편이 되는대로 신설하고 장사에만 그치지 않고 장터를 문화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 마침 일산시장측에서 개천절 축제를 함께하자는 의견도 있다.
/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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