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대통령 노근리사건 유감표명 의미

한미 양국이 12일 노근리사건 조사 결과를 공동발표하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deeply regret)’을 표명함으로써 한국전쟁 당시에 발생한 노근리 사건 해결이 일단락됐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미국민을 대신해 1950년 7월 말 노근리에서 한국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사과(apology)’라는 표현대신 ‘유감(regret)’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그동안 피해주민들과 함께 미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해온 우리 정부는 이를 ‘사실상의 사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측 정부대책단장인 안병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노근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사과의 의미가 담긴 유감의 표시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대책단의 다른 관계자도 “외교적으로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50년이 지난 전쟁중의 사건에 대해 ‘사과’한 일은 거의 없었다”며 “깊은 유감이란 표현은 사실상의 사과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측 대책단이 노근리사건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해 내놓은 각종 자료에 미국 행정부 수반인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오고,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주석까지 달아놓은 것도 이런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측은 당초 미 육군장관의 사과를 추진해왔으나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깊은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미국 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해온 우리측의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측이 이처럼 미국측의 사과를 요구해온 것은 최근 매향리 사건,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협상 등을 거치면서 불거져 나온 미국에 대한 국민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나 ‘유감표명’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반면 미국으로선 사과 보다는 유감 표명이라는 끝내기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대지휘자의 정식 발포명령 등의 확증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하게 될 경우 미군의 책임을 인정하는 셈이 돼 결국 보상과 책임 문제가 뒤따르게 되고, 또 참전군인들의 반발과 명예훼손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측은 협상 과정에서 50년전 전쟁행위중 일어난 민간인 희생자 사건에 대해 15개월씩이나 공식조사를 벌인 것만으로도 큰 성의를 보인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감’과 ‘사과’의 중간선인 ‘깊은 유감’이란 표현은 양국 정부가 서로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는 최선의 절충안이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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