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때문에 생매장이라니…

참으로 끔찍스럽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는지 이토록 황폐해진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이 비탄스럽다. 한 동네 후배를 돈때문에 야산에 생매장한 살인사건은 인간이 얼마나 흉악무도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건으로 인간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려달라고 울며 몸부림치는 사람을 산채로 묻어버린 포악스럽고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수법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면수심의 극단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아무 원한관계도 없이 경마·카드도박 등으로 재산을 탕진한 30대 3명이 평소 돈자랑을 해온 후배를 유인, 현금 100만원과 신용카드·승용차 등을 빼앗은 후 범행이 들통날까봐 그를 생매장한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인명경시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황금만능적 사회병리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야만적인 범인들이 치가 떨리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땀흘려 일하기보다 한탕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빚어낸 범행이 두렵기도 하다.

우리가 이 사건을 보면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 연말 치안당국의 특별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경찰이 강력한 방범활동을 펴고 있었던 12월 20일 저질러졌다는 점이다. 범인들은 처음 생매장한 시흥의 야산 매장지점이 노출될까 두려워 며칠후 사체를 파내 안양의 야산으로 옮겨 다시 매장했다. 연말연시의 삼엄한 경계망속에서 어떻게 그토록 흉악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우리의 치안상태와 범인들의 대담성에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률이나 고귀한 인명을 철저히 외면한 흉악스런 살인범을 방치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이 더 이상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도박으로 탕진한 가산을 메우고 노름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을 아무 거리낌없이 생매장하는 위험한 사고(思考)와 도착된 가치관을 이 사회에서 추방하고 치유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엽기적 살인범과 같은 강력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흉악스런 그 범죄의 공포로부터 헤어나지 못한 채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흉악범을 중형으로 다스리는 형사적 처방과 함께 사회전체의 도덕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회정책적 치유방법이 동시에 행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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