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故事

한비자 십과편에 나오는 기록이다. ‘무엇을 작은 충성이라 말하는가. 초나라 공왕과 진나라 여공이 연릉에서 싸웠다. 초군은 패색이 짙고 공왕은 눈을 다쳤다. 한창 싸울 때 초나라 장군 자반이 목이 말라 마실 것을 구했다. 심복 곡양이 술을 올렸다. ‘술은 치워라’하였으나 ‘술이 아닙니다’고 했다. 자반은 원래 술을 즐겼으므로 물이 아니고 술인줄 알게 됐으나 그만 입을 떼지 못하고 다 마셔 취하고 말았다.

전쟁은 초군의 대페로 끝났다. 공왕이 설욕차 다시 싸우려 했으나 속병을 핑게대고 나타나지 않는 자반의 군막을 직접 찾아보니 술냄새가 진동했다. (중략) 자반은 큰 죄로 다스러져 목을 베이었다. (중략) 그러고보니 곡양의 작은 충성이 자반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큰 충성을 해치는 작은 충성의 폐악이 이러하다’

사마천 사기열전 평원군편엔 또 이런 고사가 전한다. 조나라 공자 평원군은 어진 선비를 좋아하여 문객이 많았다. 한번은 그의 애첩이 집 2층에서 내려다보인 사가의 절뚝발이를 보고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다. 이튿날 절뚝발이가 평원군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첩이 나를 보고 웃은 것은 당신의 덕에 흠을 입힌 것입니다. 원컨대 조소한 분의 목을 주십시오.” 평원군은 “알았다”며 돌려 보내놓고 “저 사람이 한번 웃었다해서 애첩을 죽이라고 하니 정신이 있는 놈인가”하고 비웃었다.

얼마후 선비들이 거의 다 떠나버려 평원군은 비로소 애첩을 편애한 소치임을 알고 그녀를 죽이고 절뚝발이집까지 찾아가 정중히 사과했다. 그랬더니 선비들이 다시 모여들어 전보다 더한 총명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장군 자반의 얘기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한 충성의 자세, 평원군의 이야기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일깨우는 고사라 할 것이다. 또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살든간에 누구에게나 다 귀담아 들어둘만한 경종이 되기도 한다. 어제 열린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의 국회특별조사위원회 텔레비전 중계를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 청와대 공보수석으로 대출 외압여부의 증인으로 나온 박지원씨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생사람 잡는 억울함인지, 외압의 실체인지 여부는 수년후에야 가려질 것 같다. 권력의 세계에서는 처신에 두 고사가 의미하는 바를 특히 새겨들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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