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직원들 상여금은 고사하고 밀린 급여도 못 줄 형편이니 어디 산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우자동차 협력업체인 ㈜A기업(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대표 김모씨(56)는 요즘 직원들의 얼굴 대하기 조차 두렵다.
25년간 꾸려온 회사가 지난해 연말 대우자동차 여파로 끝내 부도를 내면서 3개월째 급여가 밀린 상태에서 설날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떡값이라도 마련키 위해 전 거래은행과 거래처 등을 수없이 돌며 사정도 해봤지만 부도난 회사 사장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인천지역의 중견 철 구조물 생산업체인 B기계㈜ 정모 사장(61)도 설날 맞기가 두렵기는 마찬가지.
이번달 말 돌아올 만기어음 2억여원을 막아야 하나 수금이 늦어질 뿐만아니라 은행 돈 쓰기마저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워 직원들의 이번달 급여는 물론, 설 상여금 지급은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정부의 신용보증 한도 확대 실시로 2억원의 여유 신용한도액이 있는데도 일선 금융창구에서는 담보만 요구할 뿐 신용대출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남동공단 D안전기계㈜ 이모사장(57)도 직원급여와 결재대금 등 1억여원의 설 자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지만 결국 충남에 있는 선산을 담보로 제공하고서야 9천만원을 간신히 대출받을 수 있었다.
이 사장은 “이달은 이렇게 넘어간다지만 다음달 수금이 제대로 안되면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박노호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금융기관 일선 창구에서 금융합병과 구조조정 등을 앞두고 BIS기준을 의식해 기업 신용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중소기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제홍기자 jhyou@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