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우리 나라는 물론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여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지난 5월에 이어 불과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예상치 않았던 일이기에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중국방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째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는 비교적 북한에 대하여 유화적 태도를 취하여 왔으며, 양국간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하여 강경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의 대미관계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 정부도 전통적으로 보수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사회주의 정권에 대하여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에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과 중국은 부시 행정부의 공식 출범에 따라 예상되는 정책변화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상호 인식의 공유와 대처방안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상하이 등 대표적인 개방도시를 시찰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하여 신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방문을 통하여 북한지도자에 대하여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가 미국은 물론 앞으로 있을 서울 답방에서 투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금년 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답방의 사전 포석으로 이번 중국 방문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 예견된다. 남북한 관계가 남북한 당사자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2대 강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중국 외교를 펼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우리는 특히 주목해야 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