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청소년 기준 연령도 제대로 못 정하는 딱한 국가다. 지난 해 2월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보호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연 나이 19세 미만’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 (2001년)에서 출생연도를 뺀 숫자이다. 그러니까 생년월일이 1982년 7월1일인 사람은 2001년에 연 나이로 19세가 됐지만 만 나이로는 7월1일이 지나야만 19세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 개정안대로 법이 바뀌면 1982년생 모두가 태어난 달에 관계없이 ‘19세’를 인정받아 성인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각종 문화관련 법안의 개정을 준비하던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애매한 보도자료를 냈었다. 현행 영화진흥법, 공연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 3개 문화관련법은 청소년보호법과 달리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했다. 규제개혁위는 “문화관련법 연령규정을 청소년 보호법처럼 ‘19세’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이 19세가 ‘만 19세’인지 ‘연 19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혼란은 올해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가중됐다. 규제개혁위가 당초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던 ‘19세’개념을 ‘연 나이 19세’로 바꾸어 제안하긴 했으나 국회 문광위 소위가 지난 5일 “대학 1학년생 중 연 19세가 안되는 사람도 많으므로 잘못하면 이들에게 문화 접촉의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다”며 정부안을 거절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만 18세’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 19세’를 기준으로 청소년음주를 단속하고, 청소년보호위는 ‘연 19세’로 보호법 개정을 마련했으며, 국회는 ‘영화나 음반에 대해선만은 ‘만 18세’가 청소년 기준’ 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성년의 날’은 그해에 만 20세가 되는 사람을 위한 행사이다. 국어사전에는 ‘성년’을 “신체나 지능이 완전히 발달되어 완전한 행위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나이·만 20세이상·성인(成人)”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상 투쟁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여당이 규정하는 청소년 기준 연령 하나 통일안되는 판국이니 국론이 어떻게 일치되겠는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닌 청소년 연령 규정을 놓고 이렇게 각 부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게 한심스럽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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