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초 수원시향에 부임예정인 신임 상임지휘자는 7천만원이 넘는 연봉과 1년에 15회 정도의 지휘가 계약조건이다. 여기다 대학교수직도 겸임한다.
KBS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의 경우는 3년 계약에 정기연주·지방·공중파방송 연주를 통틀어 1년에 20여회 공연을 한다. 연봉은 7,8천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경기도립예술단 예술감독들은 정기·지방순회공연·도행사 등 연중 60회 내지 70회의 공연을 한다. 지난 한해 4개 도립예술단은 당초 계획이었던 174회를 초과한 258회를 기록, 148%의 놀라운 공연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타 자치단체의 3∼4배가 넘는 횟수다.
현 도립무용단과 국악단, 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들은 모두 경기도 출신에다 중앙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실력파들로 그동안 경기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도립예술단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수원시향이나 KBS의 절반밖에 안되는 연봉과 겸직금지, 3∼4배 많은 공연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펼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감독의 계약기간을 갑작스럽게 2년에서 1년으로 줄여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것인가, 배신감마저 느꼈다.
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에 의하면 예술감독의 임기는 분명히 2년으로 되어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조례’운운하는 행정가들이 조례에도 어긋날 뿐더러 합당한 이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1년으로 줄인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도문예회관측은 1년 계약이 ‘도의 방침’이라며 동의를 거부한 감독들을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회관관장 등은 어느 감독의 집까지 찾아가 1년 재계약을 종용해 팝스와 무용단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 무용단 감독은 ‘사정해서 계약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더이상 예술활동을 할 수가 없어 사표를 낼 것’이라고 짐을 싸 떠났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예술단원이며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예술감독의 임기를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도의 방침이라며 1년으로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에 부응해 감독들을 쫓아다니며 도장을 받으려는 문예회관 관장의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진정 문화예술을 아끼는 관장이라면 예술감독의 대변자로서 도지사라도 찾아가 지사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관장이 확실히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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