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가 이렇게 당해서야

경찰관 파출소는 범죄예방과 단속을 위한 민생치안의 최일선 보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국가치안의 최일선 기관이 또한번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설 연휴를 앞둔 21일 아침 용인경찰서 구성파출소가 음주운전단속에 앙심품은 범법자 승용차의 돌진으로 1층이 전소됐고 2층에서 자던 경찰관이 연기에 질식되거나 뛰어내리다 다쳤으니 우리 공권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공권력 훼손행위에 대한 검찰의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마치 이를 비웃듯이 파출소가 돌진하는 승용차에 피습돼 전소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이전에도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이같이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경찰 공권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경찰에 비해 위상도 낮아졌고 기능도 약해졌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공정치 못한 인사 등으로 사기도 크게 저하돼 있다. 경찰 스스로의 부끄러운 비리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경찰을 보는 시민의 눈도 예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파출소에서 난동부리는 등 경찰알기를 우습게 알고 공권력을 얕보는 요즘의 풍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구성파출소의 승용차 돌진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찰관과 경찰서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범법자 같으면 감히 어떻게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할 마음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의 공권력은 위험수준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국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 스스로가 자신에 엄격함으로써 위상을 높이는 한편 공권력 도전행위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출소 피습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권능자체가 공공연하고도 예사롭게 공격당한 중대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서가 이처럼 무방비적으로 범법자에게 유린당할 정도로 자체 경비 및 보안이 취약한 상태라면 관내 치안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출소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서의 경비·보안태세를 전면 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자세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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