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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