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식 정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의 말이 법에 우선하기도 한다. 지난해 4·13 총선시 있었던 이른바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대통령의 공연한 선거법 불복종발언이 빚은 결과다.
목적보다 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이다. 목적을 빙자한 실정법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정치운동은 민주주의의 미숙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실정법 위반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척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다는 총선연대측 이의는 어떤 국민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낙선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적잖았다해도 말없이 거부한 국민은 훨씬 더 많았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말도 의문이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참정권이 법률을 위반하면서 주장될 수는 없다. 낙선운동이라는 것을 과연 참정권으로 볼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낙선운동 당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일반 시민운동으로 보는 두 시각이 병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설사, 낙선운동금지가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길 일이지 현행법 무시가 능사일수는 없다. 모든 법률은 기속력을 갖는다. 복종할 법과 불복종할 법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 선거법 불복종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 이같은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비롯된 것은 나라를 위해 심히 유감이다. 법의 불복종을 한번 말하고나면 법의 준수를 아무리 강조해도 권위가 서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에서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난게, 또 사회일각의 법경시풍조 만연이 선거법 불복종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판단이 있다.
어떻든 울산에서 있었던 낙선운동관계자 2명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은 앞으로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불복종 실언은 벌써 10개월전의 일이다. 이미 오래됐지만 그 파장은 그침이 없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래서 신중이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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