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남의 돈을 받은 사실에 처벌을 승복지 않는 풍조는 누구는 그런 일이 없었느냐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법의 집행이 권위를 갖지 못한다. 현대 사회의 불행이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이다. 먼지를 터는 사람 또한 털면 먼지가 나오므로. 다만 터는 입장과 털리는 입장의 차이지만 이런 입장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니다. 희극인지 비극인지….
해서, 위법사실이 새삼 문제되는 것만 걱정할뿐 위법사실에 수치를 모른다. 불운하게 문제가 된 사람도, 행운으로 문제가 안된 사람도 모두 자신의 문제거리엔 막상 수치심을 갖지 않는다. 법치는 중요한 것이지만 윤리성을 상실한 법치는 이처럼 사람들을 몰염치하게 만드는 허점이 있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은 내각제 대통령이었던 윤보선, 신군부에 의해 하야한 최규하, 두분을 제외하고는 절대권력자들이다. 법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갖는 것이 이른바 ‘대통령의 분부사항’이다. 절대권력이 절대부패를 낳는 것은 불변의 정치철학이다. 절대권력의 압제를 받은이도 절대권력을 쥐고나면 그 역시 풀줄을 모르고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기이한 악순환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억! 하면 억대더니 이젠 몇조, 몇십조라니 참 ×같은 세상이네!”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비리를 보도하는 라디오뉴스를 듣던 한 택시기사의 한숨섞인 탄식이다. 1억원만 해도 서민들에겐 꿈같은 금액이다. 생전에 만져보기는 커녕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돈이다. 그 택시기사의 말은 다음이 더 걸작이다. “지금 난다 긴다 하는 정치인치고 과거에 김우중돈 안먹은 사람 있겠어요?” 대답을 요구받는다고 여긴 승객이 ‘그럼, 차라리 일이 안터진 것보다 못하네요…”하자 기사는 펄쩍 뛰었다. “안터지다뇨? 언제 터져도 터지지 안터질수 있습니까.”
우리의 미래가 과거의 족쇄로부터 해방될 날은 과연 언제쯤일는지. 열심히 살려는 서민대중에게 절망의 무력감을 안겨주는 절대권력의 횡포, 염치모른 부패를 청산할 날은 정녕 있을수 없는 것일까.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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