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성화 채화는 마니산에서

최근 대북화해분위기에 편승, 전국체육대회 성화를 강화 마니산(摩泥山)이 아닌 금강산, 묘향산 등에서 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한마디로 타당치 않다. 이는 올림픽대회 성화 채화지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하려는 것처럼 무모한 발상이다.

마니산이 인천·경기지역에 있는 성산(聖山)이라서가 아니다.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마니산 참성단에서 매년 실시했던 성화 채화를 지난 해 제81회 전국체전 개최지 부산시가 금강산과 포항 호미곶, 마니산 등 3곳에서 한 것도 잘못된 처사였다. 마니산 한곳에서 채화하도록 노력하지 못한 당국의 실책도 크다.

더구나 올해 전국체전 개최지인 충청남도가 국태민안과 통일기원을 이유로 묘향산과 백두산에서의 성화 채화 계획을 수립, 검토중이라는 것도 부산시의 전례가 있어서다.이는 마니산의 역사성을 격하하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

마니산이 어떤 산인가.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까지와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 특히 산정에는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참성단(塹城壇·사적136호)이 있는 신성한 산이다.

고려시대에도 왕과 제관이 찾아가 하늘에 제사를 올렸고, 조선시대에도 제사를 지냈다. 물론 오늘날에도 개천절에 제전이 올려 지는 곳이다.

산 이름도 역사성과 그 뜻이 매우 깊다. 마니산은 마리산·머리산으로도 불리는데 ‘마리’란 고어로 머리를 뜻한다. 가장 높은 땅의 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정상에 홍익인간과 국태민안을 기원한 참성단 성역이 있다. 우리나라 전민족, 전국토의 머리라는 뜻과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다.

강화군이 ‘전국체전 성화 채화는 강화 마니산으로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인천시와 국회, 청와대, 문화관광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강화군만의 일이 아니다. 인천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전국체전 성화는 반드시 마니산 참성단에서 계속 채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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