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4일)이 벌써 지나고 우수(18일)를 앞두어서인지 대기에 춘색이 완연하다. ‘우수 경첩이 지나면 대동강 물(얼음)도 풀린다’고 했다. 올엔 절후가 빨라 겨울을 일찍 넘긴 탓으로 우수 경첩전인 지금쯤에도 아마 대동강의 얼음이 풀렸음직 하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다. 예전 같으면 그만한 추위나 눈은 으레 있었던 일이지만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많았던 근래에는 오랜만에 보는 동장군의 매서운 맛을 단단히 치렀다. 20년만의 폭설이라고 했으니 고등학생 또레엔 생전 처음보는 눈이 내린 것이다. 절기는 생활과 참으로 민감하다. 길가의 군고구마 장수도 음력 대보름에서 하루만 지나도 그만 사람들 입맛이 변해 매상이 뚝 끊긴다고 말한다.

봄은 서민들에겐 희망의 계절이다. 가진것 없는 사람들은 무서운 것이 겨울철이다. 가진 이들은 오히려 겨울이 지내기 좋다지만 없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고 지겨운 것이 겨울넘기기다. 난방이다 뭐다 하여 생활비는 더 많이 들면서 벌이는 신통치 않는 것이 겨울이다. 높은 정액소득자 말고는 대개의 서민층 겨우살이가 이러하다.

대지가 기지개를 펴기시작하는 봄은 이래서 서민들 가슴에도 막연하나마 새로운 삶의 희망이 싹튼다. 뭔가 일꺼리가 많아져 벌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 봄이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어 때론 겨울의 마지막 뒷맛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이삼월(음력)에도 장독 깬다’는 옛 속담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젠 추워봤댔자 봄이다. 성미급한 개나리가 잎보다 먼저 터뜨리는 꽃망울이며 땅김을 타고 솟아오르는 봄나물의 생동을 막을 수는 없다.

대자연의 섭리, 봄의 약동은 이래서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해마다 맞는 것이 봄이지만 올 봄이 더욱 반가운 것은 지난 겨울에 치룬 치도곤이 유별났기 때문인 것처럼, 어려운 겨울을 넘긴 것 만큼 좋은 봄이 됐으면 좋겠다. 만물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이 봄에 매마른 우리의 가슴과 생활에도 새로운 윤택과 광명이 움트는 그런 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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