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착공한 경의선 복선 전철화 공사(용산∼ 문산 47Km) 가운데 고양시 일산구간 18Km는 고양시의 반대가 없더라도 당초부터 지하화로 설계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철도청이 화물열차의 이동이 어렵고 7천억원의 예산 추가소요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열차가 지상으로 지나갈 경우 철로가 고양시 일산 신도시와 구시가지를 갈라 놓아 고양시가 양분돼 지역발전에 큰 장애가 될뿐 아니라 철도 건널목 주위는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차량정체 현상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또 철로와 인접한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능곡·행신·대화동 일대 주거지역은 열차 소음으로 창문조차 열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철도청은 계속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지자체와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양시와 원만한 합의가 안될 경우 경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을 국가 계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사업으로 밀어 붙이겠으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가 아닌가. 대한민국의 각종 사업이 국가사업 아닌 것이 어디에 있는가.
현행 도시계획법상 고양시가 도시계획시설 변경입안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시행이 불가능함을 철도청은 아마 무시하려는 모양이지만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경의선 지하화가 당연한 이유는 많다. 철도청이 지하철도는 화물운송이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이 만나는 임진각 근처에 물류기지를 만들어 화물의 출발 및 종착지로 사용하고 용산∼문산 구간은 여객 전용으로 이용하면 문제가 하나도 없다. 추가예산 소요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타당치 않다. 경부선 고속철도나 인천국제공항에 투입된 막대한 경비를 감안하면 철도청의 예산타령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구간 공사를 위해 백년대계를 그르치려는 졸속행정이 심히 우려스럽다.
고양시와 주민, 시민단체들이 거시적인 안목과 국가적으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명분을 갖고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상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사회분위기를 불안케하는 요인을 자초하는 일이다. 철도청은 2006년 12월까지의 공사기간이 다소 늦어지고 추가예산이 들더라도 지하화 방향으로 공사를 변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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