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의 전통을 간직하며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현재까지도 5일장이 열리고 있는 용인시 김량장동 용인재래시장.
그러나 지난 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이후 대형유통업체 중심으로 구조개편이 진행되면서 용인재래시장이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장이 서는 날이면 5천여평 부지에 77개동 약 500여개의 점포와 각지에서 몰려든 700여개의 노점상, 장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모습은 이제 아스라한 추억으로 남겨져 가고 있다.
재래시장의 최대 대목이던 지난 설의 경우 살을 에는듯한 맹추위와 함께 불경기가 겹치면서 시장은 사상 최대의 불황을 경험했다.
과일상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 설 대목동안 2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그러나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30%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해 위기를 맞은 시장분위기를 대변했다.
용인시장번영회 정영욱총무도 “상인들이 사상 유래없는 불경기속에 존폐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행정당국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형주차장을 완비한 백화점식의 최첨단 쇼핑몰인 용인골드타워가 재래시장 바로 옆에 개장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경쟁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점
도농복합도시인 용인은 급속한 개발과 함께 아파트 및 대형 빌딩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다.
이와함께 월마트, LG쇼핑, 까르푸, 그랜드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용인 뿐 아니라 수원 영통 등 인접지역에까지 들어서면서 용인지역을 감싸고 있어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쇼핑에 있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들에 있어서 주차공간 확보과 쾌적한 환경은 필수.
그러나 재래시장은 주차공간은 물론 낙후된 시설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
주부 공정희(35·용인시 마평동)는 “재래시장이 볼거리는 많지만 장을 보기에는 주차장 부족 등 다소 불편한 점이 많다”며 “특히 눈이나 비가 올 경우 재래시장의 이용은 더욱 불편하다”고 말했다.
99%가 임대상인인 용인시장 상인들은 시장 현대화 등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바라고 있지만 점포소유자, 임대상인, 노점상 등과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상인들의 구태의연한 구조의식과 특징없는 시장 분위기도 쇠락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시(市)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상인들 자체가 시장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또한 시장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특성상품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활성화 방안
지난해 초부터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 의견수렴 등을 통해 여러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주차장과 쾌적한 시설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시(市)나 상인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시는 지난 1월 1억3천여만원을 들여 시장내 화장실을 신축했으며 오는 4월 30억원을 투입, 고객전용 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우후죽순 들어서 시장내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 노점상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시장번영회측은 용인재래시장을 대표할만한 특성화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시장내 이벤트나 문화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어느정도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낙후된 시장 주변환경정비, 환경개선, 재래시장 인지도 및 이미지 제고 등의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용인시장 정종한번영회장은 “여러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재래시장이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그러나 상인들이 단합해 눈에 보이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전통을 간직한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용인시장번영회장 정종한 인터뷰>
“시장 활성화에 초석이 될 수 있는 상인들의 단합과 특성상품 개발 및 이벤트 등 추진으로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96년부터 용인시장번영회장직을 맡아 시장상인들의 결속을 이끌어 오고 있는 정종한회장(61).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공간 확보 및 환경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재래시장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는데
▲일단 주차공간의 협소로 소비자들이 쇼핑이 편리한 대형유통센터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는 4월 60대 정도를 추차할 수 있는 고객전용주차장이 착공되면 어느정도 주차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재래시장이 쇠락하는 원인을 꼽는다면
▲여러 주변환경이 있겠지만 상인들의 주먹구구식 의식 구조 개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상인들마다 고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다.
-소비자 유치 방안은
▲우리 시장을 대표할만한 특성화상품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따라 특성상품을 개발함과 동시에 각종 이벤트나 문화행사 유치로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계획을 추진중이다.
-상인들이나 지역주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먼저 상인들은 협동심을 발휘, 재래시장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단결하고 고객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다소 낙후된 모습이지만 향토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재래시장을 많이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용인=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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