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사태가 한층 험악해지고 있다. 정리해고 강행에 반발해 사흘째 농성중이던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공권력을 투입, 농성중인 조합원을 강제해산시킴으로써 일단 총파업이 진정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당국의 예측과는 달리 노조의 반발집회 가담자가 늘면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노조집회는 부산 대구 충청 등 지역의 금속연맹노조 조합원 300여명이 원정 가담한 가운데 집회시위자가 3천여명으로 늘어났고 정부를 규탄하는 격렬한 구호와 함께 화염병까지 등장 경찰버스 1대가 전소됐다. 시위양상이 정리해고 규탄대회수준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로 변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우차 노조 농성에 동조해온 민주노총이 이미 경찰력 투입에 맞서 대정부 투쟁을 밝힌 상황이어서 전 노동계에 미칠 파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로서는 공장점거 농성이 장기화할 경우의 파장과 이로 인해 빚어질 구조조정계획의 차질을 우려해 공권력투입이 불가피했다고 하겠으나 어떻든 이 과정에서 노조원과 그 가족 등 150여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은 불행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안쓰러운 것은 이번 해고사태의 희생자가 된 1천750명의 생산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딱한 처지다.
구조조정에는 당연히 희생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막상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노조의 파업투쟁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차 사태에 대해 감성적으로만 바라고 있을 상황이 아니니 더욱 안타깝고 애처로울 뿐이다. 물론 대량 감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고도 대우차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우차 사태가 지금같은 상황으로 더 지속되서는 안된다. 자본금은 이미 완전 잠식된 상태로 갈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 적자를 냈으며, 매달 1천억원의 부도가 나고 있다. 채권단이 매일 50억원을 퍼부어야 하는 상황에선 정리해고 이외의 다른 방도는 없다. 이런 판에 노조가 극한 투쟁을 벌이는 것은 공멸하자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노조는 이제 극한투쟁을 지양하고 사측과 함께 생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생력을 키워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측 역시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아울러 회사와 당국은 이번 퇴직 근로자들의 취업알선 등 사후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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