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은 뭘 했나

정부 각 부처들이 하는 일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제정책이 임시방편적인 단기처방에 치우친 나머지 부처간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 그렇고, 철도와 도로 건설 등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비협조와 기(氣) 싸움이 또한 그렇다. 이로 인해 경제정책의 혼선과 난맥이 시장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예산이 낭비되기 일쑤다.

감사원이 지난해 7월 54개 정부기관을 상대로 ‘주요사업의 부처간 업무협조실태’를 감사한 결과를 보면 이럴 수가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철도청의 중앙선 청량리∼덕소간 복선 전철화 사업은 남양주시가 지난 97년 인근 하천의 홍수를 감안해 지반을 높여 도로를 건설했으나 철도청과 사전협의가 되지 않아 철도 교량과 도로교차지점의 터널높이를 당초 계획(4.5m)보다 3m가량 줄어든 1.38∼1.66m밖에 확보하지 못해 버스도 통과할 수 없는 상태다.

또 경의선 용산∼문산간 복선 전철화 사업도 철로 통과지점인 농업진흥지역내에서는 전동차 사무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농림부의 고집으로 1년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같이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부처간 불협화음으로 예산낭비와 국민 불편을 초래해 감사원에 적발된 것이 39건에 이른다.

부처간 이견조정을 위해 국무총리 직속 산하에 둔 국무조정실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시 정부내 정책조정기능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감사결과 나타난 부처간 이견이 정책적 견해차이라기보다 대부분 단선적(單線的) 사고방식과 외고집에 의한 감정싸움이라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 명분도, 이유도 가당치 않은 억지에 불과한 것도 많다. 그것이 기형적인 정부조직에서 비롯된 것인지 구성원들의 비뚤어진 자존심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모르나 속히 시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정부 각 부처는 이제 근시안적이고 편협된 부처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한단계 높은 국익차원의 안목에서 서로 협조하고 화음을 이뤄야 한다. 총리실 국무조정기능도 국정이 최대한 효율을 가져올 수 있도록 보강돼야 한다. 각 부처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서 오는 부처이기주의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리실의 정책 조율·조정기능이 보충돼야 한다. 이른바 일국의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중앙부처들이 하릴없이 허구한날 티격태격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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