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과 인천북항 항만시설의 확충사업이 절박한 정책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난 89년부터 추진해온 평택항 건설과 인천북항 개발 계획이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의 투자소홀로 지지부진, 수도권 경제활동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최근 전국 항만시설공사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얼마나 인색하고 태만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굳이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세계은행으로부터 이미 90년대초 우리 나라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관한한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받았겠는가.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중국의 급격한 성장과 일본 고베항의 기능저하로 우리 나라 항구들이 환적화물 처리의 최적지로 부상함에 따라 항만건설을 위한 민자유치는 물론 항만사용료 인상을 통해 자체 재원을 확보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예산당국도 항만 중요성의 인식부족으로 항만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배분에 인색하기만 했다.
평택항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2001년까지 2조9천억원을 투입, 접안능력 62선석(연간 하역능력 6천200만톤)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계획기간이 절반이 넘었는데도 선석은 8개에 불과하다. 또 인천북항은 95년부터 2011년까지 8천억원을 들여 연간 하역능력 1천700만톤 규모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투자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항만시설 확충사업 투자인색과 그에 따른 시설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익성이 높은 평택항과 인천북항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면서도 우선 투자순위가 떨어지는 포항 영일만과 목포신외항 등에 집중투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치적 배려 때문에 예산이 기형적으로 운용됐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 투자순위를 무시한 이같은
예산운용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수익성 등으로 보아 우선 투자가 마땅한 평택항과 인천북항 확충사업이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된다. 당국이 지금의 현상을 가볍게 보고 대책을 우물쭈물 미루다 보면 머지않아 항만마비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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