畵仙 장승업

畵仙 장승업

안견(安堅·생몰년 미상)· 김홍도(金弘道·1760∼?)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히는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943∼1897)은 술과 여자를 몹시 좋아하여 미인이 옆에서 술을 따라야 좋은 그림이 나왔고 아무 것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방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전해진다. 오원의 호방한 기질은 강렬한 필법과 묵법(墨法), 그리고 과장된 형태와 특이한 설채법(設彩法)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오원은 산수·인물·영모(새나 짐승을 그린 그림)·기명절지(器皿折枝·여러가지 그릇 붙이와 화초의 가지를 섞어서 그린 그림)·사군자 등 여러 분야의 소재를 폭넓게 다루었다.

일찍 부모를 여읜 오원은 매우 가난하여 의탁할 곳이 없다가 수표교(水標橋) 부근에 살고 있던 이응헌(李應憲)의 집에 기숙하면서 어깨너머로 글공부와 중국 원(元)·명(明)이래의 명적(名蹟)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신(神)이 통한 듯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게 되어 화명을 날렸다고 한다.

40세를 전후하여 명성이 더욱 높아져 왕실의 초빙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감찰’이란 관직을 제수받기도 했다.

‘삼인문년도·三人問年圖)’ ‘산수도’ ‘귀거래도’ ‘기명절지도’ ‘호취도·豪鷲圖 ’ ‘ 고사세동도(高士洗桐圖)’등 우리나라 근대회화의 토대를 이룬 수 많은 걸작을 남긴 오원은 조선시대 당시 암울한 정치적 배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순수예술만을 고집해 숱한 오해와 비판을 받았다.

술을 예술처럼 사랑한 오원은 구한말에서 일제초기 산수화를 거쳐 현대 한국화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이러한 오원의 예술인생을 임권택 감독이 스크린에 담는다고 한다. 판소리 영화 ‘서편제’ ‘춘향뎐’을 만든 ‘예술영화의 거장’임감독이 화가의 삶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지만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천재 화가의 삶을 담아낼 이 영화의 영상미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영화로 부활하는 화선(畵仙)의 예술혼과 인생이 기다려진다.

/淸 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