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하려고 집도 팔았는데... 허탈감만

4일 오전 11시께 화성군 태안읍 반월리 165의1번지 고려산업개발 아파트 현장.현장 곳곳에는 18층 높이의 2천692세대의 아파트 골격만이 우뚝서 있을뿐 어디에서도 공사의 굉음은 들려오지 않은채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일요일인 이날도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근심어린 얼굴로 찾아드는 입주예정자들의 발길만이 줄을 잇고 있었다.

지난 2일 최종부도처리 되면서 공사를 전면 중단한채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서울 본사로 출근해 대책회의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직원 2∼3명만이 남아 현장사무실을 지키며 찾아오는 입주예정자들의 질문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A공구 현장사무실을 찾은 입주예정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입주지연뿐 또 다른 피해는 없느냐 ”“잔금을 선납했는데 파산시 어떻게 처리되느냐”“법정관리로 가면 피해는 없는 것이냐”는 등 질문이 봇물을 이뤘다.

직원으로 부터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한 입주예정자들은 불안감을 안고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드넓은 현장 곳곳에서는 B공구 입주예정자들이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현장사무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힘겹게 B공구 현장사무실을 찾은 입주예정자들은 이곳에서도 뚜렷한 대안을 듣지 못한채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A공구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명철씨(52·수원시 권선구 매산동)는 “오는 6월말께 입주가 가능하다고 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기로 계약했는데 고려산업개발이 부도가 났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려산업개발 관계자는 “A공구 896세대의 경우 공정률이 85%를 웃돌고 있어 회사측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 질 경우 2∼3개월 가량 입주지연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률 65∼70%인 B공구 1천220세대와 D공구 576세대도 각각 입주예정일이 9월말과 10월말로 잡혀있으나 최종부도처리로 인해 입주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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