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재등장을 경계한다

근로자의 시위 집회에 화염병이 재등장한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특히 엊그제 심야에 20대 청년 10여명이 수원노동사무소를 기습, 돌로 유리창을 깬뒤 수개의 화염병을 던져 사무실 책상 등 집기와 서류를 태운 사건은 법과 법치를 거부하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행위로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은 이들이 화염병 투척과 함께 뿌린 유인물 내용으로 보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관련자들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동안 사라졌던 관공서 화염병 기습사건이 재발하자 큰 충격을 받은 시민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렸다. 지난 96년 8월 한총련이 통일대축전 집회를 불허하는 경찰과 맞선 과격행동으로 연세대 자연과학관이 불에타고 다수의 인명피해를 낸 불행한 사태가 아직도 시민뇌리에 큰 충격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노동사무소 기습에 앞서 지난달 20일엔 농성중인 대우차 노조원의 강제해산에 항의하던 민노총 및 대우차 노조원 3천여명이 부평역 광장에서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500여개의 화염병을 던져 전경버스 1대가 불타고 차안에 있던 전경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같이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한 대우차 노조의 집회는 서울 신촌로터리와 인천교대 등에서 잇따라 일어났다. 시위 및 파업현장에서 폭력이 사라져

평화적 시위가 자리잡았다고 믿었던 시민들의 놀라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염병·쇠파이프의 재등장과 폭력적 시위의 재발은 피해상황을 떠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찰은 벌써 2년여째 시위진압 현장에서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시위때마다 화염병 수백개를 던진 시위대의 행동은 시위의 범주를 넘은 것이다.

노동자들의 시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며 도시기능을 마비시키고, 시민들에게 두려움을 주면서까지 과격한 시위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화염병 투척은 평화적 시위 정착에 역행하는 것이지만 더 우려되는 일은 그것이 변화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회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같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구하는 상황에선 시위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평화적 시위까지 무자비하게 탄압하던 시절 이에 맞서 등장한 화염병 시위는 권위주의정권 시대의 유물로 이제 사라져야 할 폭력범죄다. 경찰도 유념할 일이 있다. 과격시위를 유발할 과잉진압이 없도록 공권력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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