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소액예금 홀대 역작용

시중은행의 소액예금자 차별제도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소액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거나 오히려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소액예금자 차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액 고객들로부터 큰 불만을 사고 있다.

소액예금 무이자 통장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빛은행은 이미 지난 19일부터 매일 최종 잔액이 50만원 미만인 보통·저축예금 등에 이자를 주지 않고 있으며 서울은행도 3개월 평잔이 20만원 미달 저축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고 있다. 국민·주택·한미은행도 다음달부터 비슷한 제도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은행은 아예 지난 1월부터 보통·정기예금 등 4개 예금의 월 평잔 합계액이 10만원에 미달할 경우 매월 2천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결국 수익성 없는 고객은 버리겠다는 경영전략이다.

물론 은행들은 통장을 개설하고 계좌를 유지하는 데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일정기준 이하의 통장에 대해 이자를 주지않거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액예금자에 대한 푸대접이 장기적으로 저축률 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목전의 수익성에만 급급한 영업방식의 이같은 변화는 우선 우리의 금융정서에도 맞지 않다. 이 제도가 자칫 저축심 저해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높은 저축률을 끌어내리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가계저축률은 해마다 계속 떨어지고 있다. 94년 33%였던것이 95년 29.9%, 99년 24.6%, 지난해엔 22.3%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를 주지 않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소액고객 홀대는 저축률 하락을 부채질 하는 것 밖에 안된다.

저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저축이 넉넉해야 해외차입 없이도 투자재원을 뒷받침해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IMF사태도 투자과잉에다 그 재원의 상당부분을 해외에 의존한 데서 빚어졌다. 해외차입에 의한 투자가 얼마나 무서운가는 환란때 우리가 몸소 겪어서 잘 알고 있다. 이제 재도약의 발판을 다져야 하는 현 상황에서야말로 저축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저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합리적인 소비생활 패턴을 정착시키는 기반조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저축을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소액예금에 이자를 주지 않거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저축장려와는 상반되는 일이다. 금융계의 사려깊은 재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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