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건설업체 퇴출제도

작년말 금융권의 퇴출기업 선정시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던 고려산업개발이 부도를 내고 시장에서 퇴장당하면서 건설업체에 대한 퇴출·회생제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상기업으로 분류됐던 고려산업개발에 대해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한 정부와 금융권의 조치는 건설기업에 대한 상시퇴출제도의 본격 가동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의 경우 민간주택공사 물량을 축으로 외형을 유지하려고 했던 경영전략이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빗나간데다 현대그룹과의 분쟁 등으로 신용도가 급락,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대부분의 건설업체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작년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00여개 건설업체로서는 상존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건설기업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투명한 상시퇴출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기업퇴출·회생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설시장에서 건설업체에 대한 퇴출여부가 지나치게 유동성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등 정부와 금융권의 퇴출이 건설업의 특성을 외면한채 비전문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의 구조조정이 능력있는 기업을 살리는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퇴출대상의 선정이 시공능력 등 건설업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 신중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정부와 금융권의 판단기준이 지나치게 유동성 위기에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부실 건설업체의 퇴출이나 회생이 신속하고 전문적인 판단하에 효율적으로 실시돼야 구조조정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에도 정밀하고 효율적인 퇴출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퇴출이 기대성과보다 부작용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기업의 퇴출을 별도의 사안으로 다뤄 사회·경제적 시각에 의해 결정(전통주의)할 것인지 또는 시장경제의 결과로서 다른 경제제도와의 연장선상에서 퇴출·회생여부를 결정(절차주의)할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논의를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건설업체의 퇴출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먼저 국내 건설업체의 퇴출·회생제도의 재정비를 위한 기본원칙과 이론을 정립하고 현행 퇴출제도에 대한 적합성 검토와 함께 ▲부실건설업체 판정기준의 적합성 ▲절차의 적정성 ▲지원조건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능력있는 업체가 성장을 지속하고 건설시장을 주도하는 건전한 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강조했다.

즉 여타 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건설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퇴출기준을 결정하고 특히 건설업체의 경우 주택분양 선수금이나 해외공사 선급금, 장기임대보증금 등 회계상 부채항목으로 잡혀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영상 부담이 되지 않는 특수목적 부채가 많은 점을 감안한 판단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설업체의 퇴출로 빚어지는 아파트 분양자 등 수요자와 하도급업체, 자재업체, 대한주택보증보험, 해외건설 등 사회적 파장과 국가경제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원적 판단기준에 따라 퇴출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회생가능기업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각종 공사입찰이나 보증, 민자사업 참여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자력회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법정관리 등의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실행단계는 대폭 간소화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건설업체에 대해서는 현재 수행중인 공사만 수행하고 바로 청산단계로 돌입하게 하거나 인수합병(M&A) 또는 기업분할케 하는 등 다각적인 퇴출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산업개발의 부도여파로 건설업체들의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금융권의 최우선 과제는 퇴출시스템의 효율화와 투명화를 서둘러 건설업계를 진정시키고 건전한 건설시장의 정착과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표명구기자 mgpyo@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