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상대당의 특정인을 가리켜 서로 ‘아지태같은 사람…’이라며 험담을 한적이 있다. 아지태는 KI-TV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궁예의 신하로 나오는 요물이지만 실존인물은 아니다. 궁예의 책사 종간도 가공인물이다. 그 무렵의 상황으로 보아 있었을법한 허구의 인물이다.
그러나 궁예의 장군으로 나오는 환선길, 이흔암은 실존 인물이다. 환선길은 왕건이 918년 6월15일 즉위한지 나흘째 되는날 쿠데타를 일으켰다. ‘다같이 무장으로 있다가 누구는 왕이 됐는데 나라고 되지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부하들과 함께 대궐 내정에 돌입했으나 실패해 주살됐다. 이흔암은 모의중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왕건이 그의 집에 잠복시킨 궁녀로부터 밤에 측간길의 처가 하늘을 보고 “서방님 일이 잘돼야 할텐데 잘못되면 화를 어쩔고?”하고 독백한 것을 보고받고 국문끝에 전모를 밝혀내어 역시 주살했다.
부실을 스물다섯명이나 둔 왕건이 류(柳), 오(吳) 유(劉)씨등 세명의 정실부인을 둔것도 사실(史實)이며, 호방한 장수로 나오는 박술희 역시 실존인물이다. 둘째인 장화왕후 오씨가 그의 소생 무(武)를 태조의 후사를 잇는 태자로 봉하게 된데는 대광(大匡) 벼슬에 있던 박술희의 도움이 컸다. 궁예를 그림자처럼 받드는 소년학사 최응 또한 실재인물로 왕건이 궁예의 의심을 받아 위기에 처했을때 기지로 모면케 해주어 왕건 즉위후에 중용됐다.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는 삼국유사에 의하면 농사꾼으로 몸을 일으켜 사벌성주의 장군이 됐으나 그의 딸이며 여걸인 대주낭자는 픽션이다. 견훤의 책사 능환은 후에 태자 신검과 공모, 견훤을 절에 가두어 신검을 즉위케 한다음 견훤이 후계자로 삼으려했던 후비소생을 죽이고 파지찬역의 극중 최승우대신 실권을 잡는 쿠데타에 성공했지만 이듬해 왕건의 정벌로 주살당했다. 최승우는 실존 인물이긴 하나 견훤밑에서 벼슬을 지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요즘 ‘태조왕건’외에 SBS-TV ‘여인천하’, MBC-TV ‘홍국영’등이 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정통사극과 오락시대극은 구별돼야 한다.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정사를 추구하는 사극과 사실보다 각색위주의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오락시대물은 다르다. 역사극이든 시대극이든 흥미를 돋우는 지나친 허구설정은 역사를 혼란케 하는 매스미디어의 역기능 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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