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명분과 실리의 싸움이다. 이를 어떻게 조화하여 상대의 체면을 살리면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느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미·중간의 정찰기·전투기충돌 사건의 외교분쟁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유감을 표명했으나 중국이 이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명분이 닿지 않는데 있다. 남의나라 영공에 들어와서 충돌을 일으켰으면 사과까지는 안해도 최소한 부시의 입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측 생각이다. 그러나 부시는 취임이후 자국중심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는 마당에 사과나 미안을 표명하는 것은 강대국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란 생각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정찰기 승무원부터 빨리 송환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에 중국은 너희들이 정 그러면 배상요구까지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있다. 실추된 전투기와 실종된 조종사등의 처리비를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초 영공침범을 부인하던 미국은 이젠 문제의 전투기 조종사는 전에도 근접비행을 일삼았다며 충돌책임을 중국측에 돌리려 하고 있다.
제3자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알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은 자존심을 건 일대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객관적으로 보아 미국정찰기가 영공을 침범했건 안했건간에 중국에 접근한 것은 첩보활동중 이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첩보활동은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것이지만 드러나면 발목을 잡히게 마련이다. 미·중국의 이 외교분쟁은 결국 서로가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적정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믿고 또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타산지석의 교훈이 있다. 좋은게 좋다는 식의 양보외교는 외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의 4강외교에 우리는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외교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 정부는 그래도 무슨 할말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외교엔 가상이 있을수 없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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