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일(克日)

해마다 두어차례씩 우리 사회를 열병처럼 뒤덮는 반일 감정이 일본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다시 일어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혈서를 쓰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일본상표 불매운동까지 강행키로 했다. 하지만 일본측은 어디 실컷 떠들어 보라는 식이어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판국에 ‘자위대 강화’ ‘평화헌법 개정’등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일본 만화들이 국내에서 출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니 어처구니 없고 입맛도 쓰다. ‘침묵의 함대’,‘빛과 그림자’,‘정치 9단’등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만화들인데 국내에서도 성인만화 대여순위에서 10위 안에 든다고 한다.

‘침묵의 함대’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잠수함 함장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된 나약한 일본에 반발해 ‘야마토’라는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줄거리다. 즉 일본이 강한 군사력을 갖춰야만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을 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빛과 그림자’는 두 젊은이가 일본의 나태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각각 야쿠자 조직과 정치계로 뛰어들어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이 만화 역시 일본이 나약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세계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군과 독일군을 영웅적으로 그린 ‘늑대의 포성’, ‘도로위의 괴물’,‘장갑척단 병’등도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 부활 야망을 버리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이런 만화가 어필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에게 최대의 피해를 당한 한국인, 그것도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것은 만화라고 하여도 불안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른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그렇지 않다. ‘극일(克日)’은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면 어느 나라가 이겨요 ? ”라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가 “ 지금은 일본을 이길 수 없지만 네가 어른이 되면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고 대답한 어느 동화의 내용이 떠오른다.

극일의 희망인 청소년으로 성장한 어린 아들이 일본 찬양 만화에 빠져 있다면 일본을 어떻게 언제 이기겠는가.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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