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지난 달 15일 이산가족 300명의 서신 교환을 끝으로 특별한 진전이 없다. 지난 달 13일 개최키로 한 남북장관급 회담을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여 무산되었는가 하면, 이달 초 개최하기로 하였던 남북적십자회담은 북한측이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도 없이 무산시켜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금년 상반기중에 예정되었던 한라산 관광단 방한이나 북한 경제시찰단 방한 등도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 더구나 우리의 최대관심사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사실상 무산된 것 같다. 물론 지난 달 하순에 사망한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에 대하여 서울에 조문단을 파견하고 또한 현대그룹 관계자가 방북을 하고, 민간지원 단체들도 일상적인 지원활동을 계속하여 남북관계가 꾸준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과거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남북관계는 남북 당사자는 물론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가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의도에 의하여 상황이 주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냉전체제의 종식과 더불어 평화체제의 구축을 희망하고 있으나, 북한의 의도는 남한과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의 부시행정부에 대하여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국의 상황도 간단하지 않다.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사실상 연기되었는가 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은 일단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텍사스에서 열린 부시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북정책에 대한 학술회의에서도 미국의 주요 정책결정자들은 대북정책에 대한 포용정책은 지지하지만 대북 경계론이 주를 이루었으며, 강력한 대북억지력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평화를 위하여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측이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취하고 있는 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남한과는 달리 김정일 위원장 개인에 의하여 주도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돌발 변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요구된다. 단기적 차원보다는 장기적 차원의 대북정책 추진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지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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