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만명의 거대도시, 부천시의 관문이자 가장 노른자위(황금) 상권인 부천역의 소사구 심곡본동 542일대에 형성된 ‘부천 자유시장’은 5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전통 재래시장이다.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이자 인천을 포함해 경기 서부지역 공업발전과 운송체계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한 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간 33.2km의 경인선 개통과 함께 당시 소사역(현 부천역)일대 땡땡이골목의 건너편인 남부역에 노점형태의 상인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면서 오늘날의 부천 자유시장이 태동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부천 자유시장이 시장으로서의 본격적인 형태를 갖춘 것은 8.15 해방이후로 1978년까지는 부천의 유일한 시장으로서 가장 활발한 상행위가 이루어 졌으며 80년대 중반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불적대며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 물결에 따른 인구급증에 이어 90년대초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앞다투어 부천지역에 뛰어들면서 부천 자유시장의 상권은 급격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번영회는 물론 부천시에서도 서민계층의 애환과 함께 성장해온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 각종 기반시설 확충 및 정비와 시장특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천 자유시장
부천 자유시장은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에 이르는 부천역의 남부역을 기점으로 동서(東西)로 늘어선 650m의 길이에 비해 남북(南北)으로 20여m의 비좁은 폭에 형성돼 있다.
54년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시장의 변화 및 규모 등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목조건물이 헐어내고 현재의 시장건물은 1981년 9월 3천224㎡의 부지에 연건평 1만230㎡,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건립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동서구간이 200여m에 불과했던 이곳엔 점포 600여개 좌판 150여개 등 750여 점포에 700∼800여명의 상인들이 각종 곡물·어물·의류·식당·정육 등을 팔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하루평균 3만∼4만명에 이를 정도로 번성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가 들어서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해 현재는 동서구간의 길이가 3배정도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300개 점포와 노점 50개 등 350개 점포로 오히려 줄었고,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절반가량으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아직도 부천 자유시장이 위치한 부천역 일대는 부천지역 최고의 황금상권을 자랑하고 있고, 이곳을 찾는◆ 유동인구도 급격히 증가했지만 ‘전통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30년전에 구성돼 현재 시장상인 35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시장번영회 박영식 회장(52·삼영상회)은 “노점까지 포함해 점포당 하루평균 매출액이 20만원 정도로 한달평균 21억원 정도에 이르지만 6∼7년전만해도 현재의 3배정도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했다”며“점포를 임대해 장사하는 대다수 상인들 가운데는 현상유지에도 빠듯한 점포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활성화 대책
부천시에는 대표적인 전통 재래시장인 부천 자유시장을 비롯, 관내 20개 재래시장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2월 ‘부천시 재래시장 활성화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데 이어 오는 2004년까지는 이를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 ▲시장내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 ▲진·출입로 포장 및 확충 ▲간판 정비 등 재래시장 기반시설 개선 및 확충 등을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는 지난해 부천 자유시장의 이미지를 현대화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특화사업인 ‘소사테마거리 조성사업’을 통해 시장입구에 면적 9.52㎡에 높이 560mm의 분수대와 시사만화 주인공인 ‘왈순아지매’의 동상을 건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천 자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대책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대형 주차장 확보를 비롯한 각종 편익시설과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색있는 먹거리축제 등 전통을 가미한 풍물시장 형태의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거리시장’ 특유의 장점을 살려나가야만 대형 백화점 및 할인업체와의 경쟁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상인들은 “재래시장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기존 건물을 헐고 재건축을 통한 고층개념의 현대식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재건축이 가시화되기까지에는 토지주·건물주·상인들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도 아닌 만큼 거리시장답게 특색있는 손님맞이를 위한 정부·자치단체·시장번영회·지역주민들간의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박영식 부천 자유시장 번영회장 인터뷰>
“과거엔 전통 재래시장 하면 ‘흙을 밟고 하늘을 쳐다 봐야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잊혀져 가는 전통의 맛과 멋을 맛볼 수 있고 정겨움과 활기찬 분위기가 살아 숨쉬는 곳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부천 자유시장번영회 박영식 회장(52)은 재래시장의 상권 활성화 대책은 시대적 조류에 맞춰가되 재건축을 통한 고층 최신식 건물을 건립하는 것은 재래시장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인 만큼 전통 재래시장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그 무엇’을 강조했다.
-자유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인들의 자구노력은.
▲전통 재래시장은 대형 백화점 및 유통업체와는 달리 점포주인들이 직접 장사를 한다는 점에서 판매물건의 질과 쇼케이스 설치 등 철저한 위생관리 및 한마디 말에서도 친절이 배어나는 고객서비스에 신경을 써 한번 온 손님들이 다시 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시장내 질서확립 및 소방도로 확보를 위한 협조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있다면.
▲이용객들의 쇼핑편의를 위해 ‘카터’를 이용토록 할 계획이며 심곡본동 및 심곡본1동 일대 아파트단지 부녀회 등 지역주민 및 단체들과 자매결연 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불우이웃돕기 자선 바자회 등과 같은 행사도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부천지역을 대표할만한 특화상품이 없는 만큼 전국 각지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나 특산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행정당국에 특별히 건의하고 싶은 사항은.
▲비록 오래 전의 일이지만 경인전철이 건립되기 이전만 해도 원미구 일대 사람들은‘땡땡이 골목’을 통해 부천 자유시장을 자유롭게 왕래했었다.
그러나 땡땡이 골목이 지하통로로 연결되면서 장애인이나 재래시장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단골손님들인 나이 많은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할 경우 1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2km 떨어진 중동고가교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철로 인해 남북으로 갈라진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땡땡이 골목의 지하통로를 노후 하수관 교체공사시 훨체어와 유모차 등이 지날 수 있는 통로로 빠른 시일내에 신설해 주었으면 하는게 대다수 상인들의 바람이다.
또한 공중화장실 3개소과 300∼400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 및 중동고가교 하부공간을 활용한 휴식공간을 갖출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아쉬운 실정이다.
/부천= 강영백기자 kyb@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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