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로 지정된 진통주사제 염산 날부핀(누바인)의 유통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지난 2월 염산 날부핀이 마약류로 지정된 후 경기경찰청이 불법유통 단속을 벌인 결과 용인 부천 안산 등지에서 공급책 및 투약자 39명을 적발했다. 이 중 투약자 거의가 농촌지역 청년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더 우려되는 것은 공급책들이 불법유통시킨 염산 날부핀 30만개(60억원상당) 중 경찰이 압수한 것은 2만5천개뿐 나머지 27만5천개는 아직도 음성적으로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염산 날부핀은 임신부의 분만 때나 대수술 환자에 사용하는 강력한 진통주사제로 중독성이 강해 마약류로 지정된 의약품이다. 진통효과가 히로뽕보다 2∼3배나 강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약효 지속시간도 길어(3∼6시간) 중독자들의 대용(代用)마약으로 사용자가 급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게 당국의 분석이다. 이처럼 진통주사제가 대용마약으로 우리 사회에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는데도 의약품 유통감시를 철저히 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마약은 도박·매춘 등과 같이 개인과 사회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대표적 해악이다. 일단 마약에 중독되면 혈관내에서 효력을 발휘할 때만 환각상태에 빠져들었다가 약효가 떨어진 뒤에는 무력증과 함께 이성을 잃기 때문에 정상인으로서의 생활을 못하게 된다.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파멸은 물론 범죄 유발요인이 그만큼 높아지고 결국 사회불안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경계와 제재를 요하게 된다.
우리 나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약통제가 잘 되는 국가로 인정됐었으나 최근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 연예계 등 특정 계층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던 마약이 회사원 학생 주부 등 일반인 사이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이제는 농촌지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이런 터에 히로뽕 등 종전의 마약과는 달리 염산 날부핀 같은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는 대용마약으로 사용되기 쉽고 제약회사에서 도매상을 거쳐 병원으로 공급되는 과정에서 유출될 여지가 많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 중독자가 더욱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따라서 당국은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과정을 철저히 감시, 불법 유출을 막음으로써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마약을 찾는 사람이 없게 만드는 ‘수요차단’을 위한 마약 예방책을 강구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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