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지금의 공문서 양식이 정착한 것은 1963년 12월 제3공화국 들어서다. 박정희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핵심은 거의가 5·16군사혁명 주체세력이었다. 그러니까 현행 공문서 양식은 군대 공문서 양식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고 이 서구식 양식은 미국, 즉 미군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상부 기관장의 순시에 현황보고 양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작성되는 차트란 것도 이무렵부터 행정기관에서 사용됐다. 이전의 공문서 양식은 일제 행정양식 그대로였다. 종서에 한문투성 이었다.

대한민국 법률 가운데 가장 짧은 법이 1948년 10월9일 법률 제6호로 공포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이다.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 부칙 이법은 공포한 날로 부터 시행한다”는 본문 52자가 전부다. 이처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도 15년동안 한문과 병용돼다가 공문서 양식이 횡서로 바뀌면서 한글전용 시대가 시작됐다. 또 한글이 쓰이면서 어려운 한자말도 쉬운 우리말로 바뀌었다. ‘무슨무슨 일에 관한 건(件)’하던것을 ‘…관한 일’ 또는 ‘앙망’은 ‘바랍니다’등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히 우리말 풀이가 된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흠’또는 ‘결점’이라 하면 되는데도 굳이 하자(瑕疵)란 말을 사용한다. ‘하자’는 민법상 용어여서 행정에 그대로 쓰인다 하겠지만 이젠 우리말 풀이를 검토해볼만 하다. 검토대상의 한자용어는 이밖에도 많다.

공문서는 양식도 중요하지만 기재내용의 중복을 피하는 간소화도 연구돼야 한다. 특히 민원서류에는 아직도 쓸데없는 첨부서류가 많고 중복성 기재내용이 많다. 간단하면서 책임이 분명해야 하는데도 복잡하면서 책임은 모호한 공문서 서류가 적잖다. 전자문화의 눈부신 발달은 공문서에 종이를 추방하는 추세가 돼가고 있다. 전자문서의 보편화시대를 앞두고 있다. 조만간에 닥칠 이에 대비하는 연구가 지금부터 있어야 할 것 같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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