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정비정책을 둘러싸고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생떼가 집요하다. 정부의 ‘수도권 정비정책이 줏대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사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동원, 수도권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관련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호남권 8개 시·도지사가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한데 이어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 30여명이 ‘지역경제살리기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며, 경기도의 수도권 공장건축 총량제 폐지 건의안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강원도와 함께 가졌던 충청남도는 ‘지역균형발전촉진법’제정을 추진중에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건의해온 경기도를 협공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본란은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주장이 비합리적인 것으로 온당치 못함을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다. 수도권을 규제해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이들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편협된 지역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근시안적인 아집에 불과하다. 사실 오늘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한마디로 강력한 중앙집권정치 때문이었다. 따라서 과밀해소 방안은 이같은 원인의 개선을 통해 찾아야지 일방적으로 수도권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될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수도권 대책은 서울의 핵심적 기능을 지방에 분산시키지 않은 채 수도권을 광역화함으로써 서울외곽도시의 인구유입을 부채질 했다. 경기도 일원의 군(郡)을 시(市)로 만들어 놓은데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개발사업에 치중했다. 산업시설이 이전한 자리엔 예외없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인구의 수도권 분산책은 되었을는지 모르나 지방인구를 수도권으로 끌어 모으는 결과가 되었다.
이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나 교육·산업시설 등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대증적(對症的) 시책만으로는 과밀현상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 서울 때문에 비대해진 수도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한가지로 귀착된다. 서울의 핵심기능을 분산시켜 지방에도 정치가 있고 경제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문화가 진흥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고유의 성장 잠재력을 살릴 수 있도록 중앙에 편중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을 지방에 분산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방고유의 권한을 지방에 돌려주어 낙후된 지방이 그 특성을 살리면서 과감한 지역개발을 통해 수도권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해야한다. 규제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은 세계화·지방화시대에도 맞지 않을뿐 아니라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성숙한 시대에 맞게 개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