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도시의 정수장 물과 가정 수돗물에서 장염·간염·뇌수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충격적이다. 환경부가 경희대 연구팀에 의뢰, 하루 처리능력 10만톤 미만의 중소규모 정수장 31곳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남양주시 화도정수장과 양평군 양평정수장 등 7곳에서 1백ℓ당 0.7∼2.7마리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하남시 신장2동과 여주군 여주읍 등 4개 지역의 가정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여주읍 가정 수돗물에서는 가장 많은 1백ℓ당 33.5마리가 나와 지역주민들을 더욱 놀라게 하고있다. 이제 수돗물도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한심한 일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어제 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의 바이러스 검출 공식발표로 수돗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수돗물의 안전성 논쟁은 이미 지난 1997년 서울대 김상종교수팀이 ‘서울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결과를 발표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4년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선진국에도 바이러스 기준이 없고 정수처리만 잘 하면 바이러스가 제거된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지경이 됐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서울시는 문제를 제기한 김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기가 찰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더 걱정스러운 것은 바이러스 파문으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극도로 심대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지금도 여전히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 마셔야 될 정도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이제 말로만 문제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실증을 보여줘야 한다.
수돗물 공포 확산을 막으려면 우선 범정부·범지자체적 차원에서 이번에 조사하지 않은 나머지 정수장 등 모든 수도 관련시설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 이를 사실대로 공개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취수원 오염을 유발하는 유해환경도 시급히 정화해야 한다. 또 정수장에서의 철저하고 완벽한 정수처리, 그리고 낡은 송수관의 개수작업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처럼 미생물을 상수원 또는 정수 처리수에서 규제할 수 있는 수질기준도 마련하고 수돗물 생산과정을 공개해 수질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수질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도 수돗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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