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걷혔다고 펑펑 쓰긴가

경기도의 올 추경예산 재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가 올 1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부채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할 세계(歲計)잉여금 (책정 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 대부분을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도의원들의 요구에 못이겨 일반사업비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책정한 예산보다 세금이 더 걷혀 생긴 세계잉여금은 지방재정법상 우선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하되 남은 재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사업에 투자토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가 4천487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이중 절반 가량인 2천769억원을 부채상환에 쓰여야 할 세계잉여금으로 충당하려는 것은 지방재정의 불건전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재고되어야 한다.

행자부가 지자체의 건전재정을 위해 감채(減債)기금을 매년 순세계잉여금 중 30∼50%를 적립토록 했음에도 경기도가 10%남짓한 300억여원만 적립하고 나머지는 도의원 출신지역 사업비 등으로 쓰여지게 하는 것은 재정이 결코 건전하게 잡혀간다고 할 수 없다. 물론 경기도는 이미 900억원의 감채기금이 적립돼 있기 때문에 내년에 갚아야 할 1천200억원의 부채상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경기도가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는 아직도 6천487억원이나 남아있다. 금리부담만도 어림잡아 연간 3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엄청난 금리부담을 빨리 덜기 위해서라도 더 걷힌 세금을 다른 데 쓰기 보다는 한푼이라도 아껴 빚 갚는 데 쓰는 것이 지방살림의 정도(正道)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세금이 더 걷혔다고 도의원들의 요구대로 헤프게 쓰다보면 항상 살림은 쪼들리게 마련이다.

도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수많은 공약을 제시하는 것은 그것이 표를 얻기위한 전략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의 뒷받침이나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토록 집행부를 압박하는 것은 자칫 지방재정에 대해 더 큰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만 한다.

물론 서민층 지원을 위한 예산이 적정수준에서 효과적으로 쓰이게 하는 것은 긴요한 일이다. 그러나 실질적 효용과 지방살림의 중장기적 안정을 냉철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인심쓰듯이 예산을 운용케 압박해서는 안된다. 선심성 예산의 수혜가 당장 달콤할지는 몰라도 재정적자와 지방채무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다수 지역주민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경기도 또한 도의원의 압력에 못이겨 지방재정위기를 키우는 어리석음에 빠져 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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