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TV프로보다 그렇지 않은 프로가 너무 많다. ” 지난달 27일 밤 방영된 KBS 1TV의 ‘ 도올의 논어 이야기 ’에 출연한 김수환 추기경의 지적이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민영방송인 SBS 등 공중파 방송 3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오락프로의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자율정화선언은 했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처럼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러한 지적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도를 넘은 선정성 등으로 시청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일부 오락프로가 폐지됐거나 수정한 것은 있지만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한 문화관련 프로는 오히려 폐지 또는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정성, 폭력성만이 아니다. 언어의 오염도 극심하다. TV드라마에 나오는 대화는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거의가 반말 투성이다. 부모에게는 반말을 하면서 갓난 아이와 유치원생에게는 존댓말을 하는 이상한 경우도 있다. 여자가 남자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마 당연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음식점 같은 데서 남자손님이 여종업원에게 ‘언니’ 라고 부르는 것 처럼 듣기에 좋지 않다.남자형제가 언니, 동생으로 호칭하는 것 같다.
드라마 내용의 불륜관계는 보통이 삼각, 심하면 오각이다.‘ 드라마 ’라는 특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그렇다고 해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민망한 연속극이 많다. 드라마 속의 여자들 옷벗기와 잦은 성애장면, 그리고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비상식적인 불륜은 알게 모르게 건전한 가정을 파괴시킨다.이슬비에 옷 젖는 격이다.
TV드라마를 보면서 흥분하거나 격분하는 사람들은 의부증이나 의처증에 서서히 물들어 간다. 드라마를 실제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시 우리 남편도? 아내도? 이렇게 고민하는 경우가 은연중 생겨난다고 한다. 흉기로 무자비하게 찌르고 찔리는 폭력배가 의리있는 사나이로 잘못 보이는가 하면 청소년의 탈선이 ‘ 이유있는 반항 ’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요즘 사극이 더 인기가 있을 것이다.
소위 토크 쇼를 비롯한 이런 저런 오락프로 출연자들이 저질 말장난으로 하나도 우습지 않은 ‘ 웃기는 얘기 ’들을 늘어 놓는다. 동원된 방청객의 괴성과 억지 웃음소리는 시끄럽다 못해 짜증이 난다. 그렇게 싫으면 ‘ 안보면 될 것 아니냐 ’는 반론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 참 이상한 사회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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