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을 살리자>김포 5일장

인구 16만5천여명의 도농복합도시 김포시에는 변변한 상설시장 하나 없다.다만 서울에 유학간 자식의 학비마련을 위해 또는 자식 시집 장가보내기 위한 비용을 대기위해 일년내내 고생해 거둔 곡식과 정성들여 기르던 소를 내다 팔기위해 오래전부터 지역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5일장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상설시장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장터 주변마다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 활인마트가 점차 5일장을 대신하면서 이제 시골의 후덕함과 고향의 정취를 느낄수 있었던 5일장은 도심속의 명물에서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있다.

김포시의 5일장은 북변동 시외 버스터미널과 사우동 공설운동장 주변 그리고 하성과 통진면 등 4곳에서 5일간격으로 한달에 6번 장이 선다.

쇼핑에 편리함은 덜하더라도 5일장은 나름대로의 정취와 서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곳이다.

제데로된 상설시장 하나없이 생필품이 귀하던 시절 이곳에서 생활의 편리함을 찾아야만 했던 많은 사람들이 대형 할인 마트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5일장을 안타깝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5일장에는 깊게 패인 주름에 검게 탄 얼굴의 허리 굽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줄 용돈을 마련하기위해 산에서 따왔을 법한 두릎과 마당 한켠에서 배추 잎을 먹여가며 키운 닭과 토끼, 굵은 손마디를 놀려 만든 쌀켜 그리고 집에서 요긴하게 쓰일법한 갖가지 생필품이 시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을 붙들어 맨다.

또, 생필품을 구하러 모처럼만에 시내 나들이를 나온 농부가 오랜만에 시장에서 만난 친구와 시장 한구석에 펼쳐진 좌판에서 따끈한 국물에 금방 삶아낸 국수를 담아 내온국수에 요기(療飢)를 달래고 걸죽한 막걸리를 나누며 그 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곳이기도 하다.

■ 연혁

김포시에서 열리는 4곳의 5일장 가운데 북변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들어서는 김포 5일장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빠른 지난 1911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장터는 과거 읍시절부터 시가지 중심지에서 장이 열려 다른 곳에서 열리는 장보다 규모면에서 크다.

현재는 곡물과 가축에서 과일과 생선 등의 농수산물외에 의류 등의 공산품 그리고 먹거리 장까지 모두 140여개의 점포가 시청에서 경찰서 방향으로 난 도로변과 터미널 인근 공터까지 빼곡히 들어서 하루 600에서 1천여명의 주민이 찾고 있다.

이 장과 함께 사우동 공설운동장에 들어서는 북변동 5일장은 지난 94년 김포 5일장에서 갈라져 나와 현재 180여개의 좌판이 펼쳐져 500∼600여명정도가 장을 찾고 있다.

■ 문제점

장이 서던 지역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시작돼 지금은 모두가 시내 중심지가 돼버렸다.

이때문에 장이 설때마다 교통과 환경, 소음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북변동 김포 5일장은 왕복 1차선의 폭 8m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도에서 장이 서는데다 이 곳에는 경찰서와 우체국, 한전 등의 공공시설과 은행 등의 주민 편익시설이 밀집돼 장날만 되면 차도는 물론 인도까지 좌판으로 덮여 하루 종일 교통 등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사우동 공설운동장에 들어서는 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은 지난 96년 사우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장터를 두고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 미관문제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장이 열리고 있어 교통에서 환경 등의 문제로 장날이면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더 큰문제는 이 같은 이유때문에 시가 5일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지만 상인들이 상권을 문제삼아 이전에 나서지 않아 번번히 이전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고 있다는 것이다.

■ 활성화 방안

최근 사양길에 접어 든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수원 영통시장과 화성 중앙시장이 좋은 예다.

수입개방에 의해 밀려드는 대형마트에 유통구조가 단순하고 양상체제를 갖추지 못한영세 농어민들을 위한 보호차원에서도 재래시장의 활성화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잊혀져 가는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재래시장을 통해 찾아보자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각 지역별로 유통구조가 개선되고 쇼핑에 편리함을 찾을 수 있는 그리고 재품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상품 리콜이 보장되는 재래시장을 만들기 위해 관(官)과 상인이 공동노력하는 모습을 인근 시·군에서 쉽게 찾아 볼수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김포시에서도 이들 5일장을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 지난 99년부터 5일의 이전을 계획해 왔다.

그러나 이전 부지에 대한 상권문제로 이전이 계획에만 그치고 있어 상권분석과 5일장의 전통을 잇고 대형 할인 마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적인 마케이팅 프로그램 개발 등의 구체적인 이전 계획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과 상설시장의 필요성에 대한 꾸준한 대화를 통한 설득 등의 노력도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5일장을 김포의 명물로 다시 살릴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김포=권용국기자 ykkw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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