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관리들이 의약분업 부작용을 고의적으로 은폐했다는 감사원 특감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둔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감의 목적이 만일 정책실패의 책임을 실무공무원들에게 돌리려는 국면 호도용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의약분업은 대선공약이었다. 선진국형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 청와대측과 여당의 분위기였던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당시 의약분업을 강력히 반대했던 복지부의 한 중견공무원은 해임까지 당했다. 대통령과 여당에게 ‘안된다’는 반대의견의 개진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복지부는 그같은 주문을 생산해 내야하는 입장이었다. 이과정에서 차흥봉장관 등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질책은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일뿐 그로 인하여 국민에 대한 실정책임이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말하자면 교육부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공교육 부실을 가중한 것은 이 정부 초기에 있었던 어설픈 교육개혁의 혼선이 치명적이었다. 그 장본인인 당시의 장관은 지금 여당의 중책을 맡고있다. 국민1인당 200만원이 넘는 공적자금 투입에도 비틀거리는 경제정책의 난조 역시 문책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법에의한 책임추궁은 불가능하다. 법원은 환란을 일으킨 전 정권의 주무장관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이 정부에서도 정무직과 정치인은 막상 정책실패로 인한 국민의 손실에 대해 법적 면피에 안주, 도의적 책임조차 별로 느끼지 않는듯 하다. 기왕 내친김에 실패한 정책을 더 들겠다. 예컨대 공무원 개방형 임용, 공무원 성과급제도 마찬가지다. 개방형 임용은 전·현직공무원의 독식, 성과급은 나눠먹기판이 돼버렸다.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이식하는데도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토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이런 실패의 사례는 더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의약분업 강행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한다. 정책실패의 보다 근원적 원인은 국정의 운영 스타일에 있다. 정책에 대한 반대가 곧 반개혁으로 낙인찍히는 경직된 국정운영이 결국 오늘의 실패를 가져왔다. 복지부 실무진이 예견되는 부작용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이 맞다면 당정의 맞춤주문이었기 때문 일수가 있다. 그렇다고 책임을 면할순 없지만 정황은 능히 참작이 가능하다.
그래서 생각되는 것은 앞으로의 직업공무원 사회는 더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유익하지 않은 정책은 관철안될땐 안되더라도 사실대로 밝히는 공동체 의식이 국익은 물론이고 자신의 일신 또한 사는 길임을 일깨워 준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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