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복원, 왜 잘 안되나

남북 이산가족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던 경의선 복원공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확인돼 매우 안타깝다. 경의선 복원공사는 우리측이 지난해 9월18일 판문점 자유의 다리 남쪽에서 첫 삽을 뜬 이래 남방한계선까지 2.7㎞와 남북 연결도로가 지나갈 통일대교에서 남방한계선까지 3.3㎞ 구간에 대한 지뢰제거 작업을 마치고 현재 이 구간 노반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0월 공사 준비를 위해 서부전선인 개성시 봉동, 미촌골, 남촌골 등에 설치한 군부대 막사(텐트)와 덤프트럭, 군병력 대부분을 최근 철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2월8일 제5차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양측이 합의한 ‘경의선 복원공사를 위한 합의서(DMZ 공동규칙안)’의 서명을 ‘행정적인 이유’로 연기한 뒤 3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조차 없는 상황이라니 남북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새삼 알게 한다. 이로 인해 경의선 복원공사의 핵심이라할 수 있는 DMZ내의 지뢰 제거작업은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지난 3월26일쯤 남북 양측이 동시에 작업을 시작해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돼 있어야 할 사안이다.

우리측과 달리 북측은 지뢰작업을 전혀 하지 않아 당초 목표했던 올 9월 경의선 개통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DMZ 공동규칙안의 서명을 미루고 경의선 복원을 위한 공사 장비와 인력을 철수시킨 의도는 미국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경의선 복원 공사는 미국의 대북정책과는 무관한 한민족의 현안사업이다. 경의선 복원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인데다 경제사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보다는 북한이 더욱 절실한 사업이다.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북한 당국도 경의선 복원공사에만은 미국과의 관계를 떠나서 대승적인 차원으로 임해야 한다. DMZ 내의 지뢰 제거작업만해도 3개월이상 걸리는 공사일정을 감안해 북한은 지금 곧 복원공사를 계속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움직임만을 기다릴게 아니라 북한이 경의선 복원 현장에 하루 빨리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도 능동적인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을 당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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