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기여입학제다. 시험에 붙을 실력은 없고, 해서 거액의 돈을 내는 것이다. 생각하면 두드러기가 솟을 정도로 거부감이 생긴다. 하지만 한번 바꿔 생각해 볼만도 하다. 돈많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수만 있다면 검토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기여입학으로 입학해서 수학능력이 따라가고 못따라가고 하는 것은 그들의 책임에 속하는 별개의 문제다.
단 입학정원에서 제외하는 기여입학 대상수를 제한할 필요는 있다. 또 기여입학은 대학발전에 결정적 도움이 될만한 거액이어야 한다.
연세대가 20억원선으로 정한 기여입학제 허용을 요구한데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한적 기여입학제를 들고 나와 주목을 끈다. ‘과거 교육개혁의 문제점과 향후 새로운 접근방식에 대하여’라는 이 보고서는 수능성적 상위 10%이내 등 납득할만한 기준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긴 했으나 정부의 연구기관이 기부금 입학허용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전체 교육예산의 10%도 안되는데다 대학재정은 78%나 등록금에 의존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기여입학제 요인으로 지적했다.
미국같은 나라의 대학도 재정난을 겪기는 비슷하지만 저명한 독지가들의 지원에 힘 입은바가 크다. 이때문에 연구실 도서관 기숙사 등에 우리보다 훌륭한 시설과 장학제도를 운영하면서 잘 유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는 재벌이나 저명인사가 대학발전을 위해 돈내는 독지가는 일찍이 한번도 보지 못했다. 삯바느질로 평생 모은 돈, 음식장사를 해가며 저축한 돈을 1억원 또는 수억원씩 대학에 기부하는 서민 독지가는 가끔 있었어도 저명 독지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여입학제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돈을 주체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사람의 돈은 기부금을 20억원이 아니고 50억원, 1백억원으로 정해서라도 사회에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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