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배포금지

듣기 싫은 소릴 듣기 좋아하는 사람 없고 듣기 좋은 소릴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능을 거부해야할 때가 있는게 세상사다. 범부의 인간사에도 이러하다. 사람을 거느리는 입장에 있는 이는 더욱 그러하다. 하물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일부 언론 보도로 정부의 공적자금 운용을 비판한 조세연구원 보고서 책자가 재정경제부 등에 의해 5개월간 배포금지된 사실이 밝혀졌다. 조세연구원은 국책기관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두명의 연구원은 이에 반발, 결국 사표를 내고 연구원을 떠났다고 한다.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공적자금 회수율이 20%를 밑돌면 2003년에서 2008년까지 소득세를 29% 높여야 재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 요지다. 국민세부담이 그만큼 가중되는 것이다.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조성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의 배포를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천문학적 수치의 공적자금 투입은 국민을 불안케 한지 오래다. 예컨대 은행구조조정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상화 궤도 진입은 아직도 요원하다. 왜 보고서 배포를 금지 했을까. 불리한 여론 조성이라니, 그토록 시책에 자신이 없다는 것인지. 땜질식 미봉책이 아닌 신념있는 시책이었다면 자신이 없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의 그같은 발표를 듣기 거북해 한다면 검은 것도 희다는 식으로 듣기 좋은 소리만 발표해 주길 바라는 것 밖에 안된다.

나라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된다. 명색이 나라를 다스리는 이들이 범부의 아량보다 못한 협량한 위인들로 꽉 찼으니 무슨 일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 저나 공적자금 관련 보고서 배포를 금지했다면 공적자금 운용에 무슨 고장이 나도 단단히 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양약이 구어고(良藥而 口於苦)나 이어병(利於病)이고 충언이 이어역(忠言而 耳於逆 )이나 이어행(利於行)이란 옛말을 돼새겨야 할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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