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원지역의 20대들에게 젊음층이 많이 모이는 거리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모르냐’며 기막혀 하는 투의 대답이 튀어나온다.
외지인이면 모를 수 있는 일인데도 ‘당연히 알아야 하는 곳’처럼 인식되는 곳, 바로 수원역전로터리 차약국∼아카데미극장에 이르는 500여m 골목길이다.
일명 ‘수원의 대학로’로 불리우고 있다.
삶의 무게를 느끼며 살아가는 30∼40대에게는 희망을, 데이트와 영화관람 등으로 바쁜 20대 학생 및 새내기 직장인에게는 젊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등 모든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표정의 거리다.
그러나 대학로의 주인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이다.
핸드폰과 이스트팩가방 등에 엽기토끼 악세서리를 단 2천년대의 젊은이들이다.
이들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대학로의 모습은 세월의 흐름만큼 변화무쌍하다.
원래 이 골목은 소규모 가게나 선술집, 단란주점이 한적하게 영업하던 곳이었으나 지난 94년이후 돌변했다.
영화관인 씨네마타운이 들어서면서 젊은층대상 업소가 하나 둘씩 들어서면서 상권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음은 단란주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30∼40대 고객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자 30여개에 이르던 단란주점이 자취를 감춰 지금은 2∼3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신세대들의 특구로 불리는 대학로.
젊은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었으면서도 이곳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어 데이트 장소나 약속장소의 ‘0순위’가 되고 있다.
이 골목길이 대학로로 불리우게 된 것은 수원대학교를 비롯해 협성대, 한신대, 수원여대, 장안대 등의 스쿨버스 승강장이 수원역 주변에 몰려있어 수업이 파하는 시간대면 버스에서 내린 이들 대학 학생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대학로의 가장 큰 매력은 낮에는 한산하던 거리가 해가질때면 젊음과 낭만이 넘치는 활기찬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다.
차약국입구로 들어서면 독특한 분위기의 PC방, 비디오방, 호프&소주,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대학생들의 발길을 이끈다.
지난 94년 들어선 시네마타운은 최신시설의 3개 상영관과 주차장까지 갖췄으며 매주 토요일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스크린을 통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심야영화를 상영, 주말 늦은 밤을 즐기고자 하는 호야족 및 젊은 직장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단연 인기다.
시네마타운 옆 와우 선물마켓은 머리핀, 시계, 커플링 반지·목걸이 등 유행을 창출하는 4천∼5천여가지의 각종 악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어 평일에는 600여명, 주말에는 1천여명의 젊은층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반장, 돈나라, 돈돈돼지나라, 어쭈구리, 와요와요, orgasm, 동아리, 논두렁밭두렁 등 애교있거나 아득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상호 뿐만아니라 www.HAMA.com 등 인터넷세대를 겨냥한 정보화 상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오무라이스, 오징어덮밥, 산채비빔밥 등 20여가지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반장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낮에는 주변 직장인들이 밤에는 대학생들이 즐겨찾는 음식점중의 하나다.
채플린 노래·비디오방의 경우 간판밑 유리상자안에 익살스런 채플린인형을 세워놓은 것을 비롯해 영화세계 비디오방 간판위에는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을 손으로 잡고 있는 남성들의 영원한 연인인 마돈나 인형이 지나는 대학생들의 눈길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초가집풍의 음식점과 논두렁밭두렁은 아득한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로 20대후반∼30대후반이 즐겨 찾아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파전 한접시와 동동주 한잔으로 풀어 버리고 있다.
또 주변에 늘어선 PC방과 비디오방에서는 최첨단 시설인 DVD시스템을 갖춰놓고 저렴한 비용으로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게 해줘 대학생들이 즐겨찾는다.
수원의 대학로는 ‘젊음의 거리’이기도 하지만 ‘추억의 거리’이기도 하다.
대학로의 역사를 이야기할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카데미극장과 송무반점 등 변함없는 명성을 자랑하는 추억의 명소들이 산뜻하게 단장한뒤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이처럼 대학로 주변에는 크고 작은 300여개의 다양한 상점이 독특한 색깔로 대학생들의 발걸음을 새벽녁까지 붙잡아 두는 등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탓에 매물로 나오는 점포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한 점포의 경우 임대료 2억원에 월세가 700만원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권리금이 1억원에 달하는 등 대학로 주변 점포가 권리금만 5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초과하고 있으며 월세는 400만∼700만원에 이른다.
한 점포주는 “주말이면 유동인구가 6만여명을 넘어서는 등 수원지역의 최대 명소로 확고히 자리 잡았으나 젊은층을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없어 이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 미지수”라며 “주말에는 차없는 거리를 조성해 특별한 주제가 있는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시와 상인들의 협조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대학생 김모씨(22)도 “이 골목길을 대학로라 칭하지만 다분히 먹고 마시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며 “주말께만이라도 젊음을 발산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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