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심화, 무심한 정부

본란이 일찍이 촉구한 한해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가운데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역대 최저율의 강수량, 저수율 속에 논밭이 마구 타들어가는 실정이다. 가로수마저 고사하는 판이니 논밭 작물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모내기를 못한 천수답은 대파를 하려해도 대부분의 땅이 메말라 엄두 내지 못하고 다행히 모내기를 마친 논도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기 시작하는 지역이 많다.

화성시 지곡동의 경우, 논바닥이 갈라지는데도 저수지가 이미 바닥을 드러내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파주시 장단콩단지는 씨앗이 발아가 안돼 콩 농사를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가뭄피해는 이밖에도 심해 모종낸 고추를 비롯한 각종 밭작물 역시 아침 저녁이 다르게 커야할 요즘에 크기는 커녕 잎이 빨갛게 타들어 생기를 잃고 있다.

정부는 평소 농업을 무던히도 위하는 것처럼 말해왔다. 그런 농촌에 외국처럼 지하수를 이용한 밭작물의 스프링클러 시설 하나가 없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논가뭄조차 팔짱만 낀채 무대책인 것은 유감이다. 농민들은 이대로 오는 20일을 넘기면 폐농을 우려하는데도 정부는 가뭄의 위기의식이 전혀 있는것 같지 않다. 정확한 피해조차 파악을 미룰만큼 둔감하기만 하다.

이에 연천군같은 일선 공무원들은 누가 농민인지 공무원인지 모를만큼 함께 어울려 한해 극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일선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는 91억원의 정부지원을 추가요구 해놓고 있는데도 아직껏 조치가 있는것 같지 않다. 재해대책은 시각을 다투는 긴급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냥 늑장만 부리고 있다. 도대체가 한해대책 가동에 인색한 중앙재해대책본부란 기구는 무엇때문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당장이라도 범정부차원의 한해대책에 나서야 한다.

지하수 이용도 전같지 않아 무척 어렵다. 대형관정 등을 개발해야 한다. 한탄강이 메말라 경기 북부지역은 강물도 끌어들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물론 정부가 나서도 한해를 완전히 극복해내기 어려운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과 고통을 함께 하고자 하는 최대한의 노력은 보여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자세다. 설사, 조만간에 천행으로 충분한 비가 내린다 해도 지금같은 가뭄은 하루가 다르게 수확에 영향을 미친다.

장비지원, 인력지원, 유류지원, 이밖의 예산조치 등에 더 주저함이 없는 결심을 즉각 촉구한다. 범정부차원의 비상 한해대책 본격가동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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