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先史유적 확대 발굴해야

안양 관양동 일대에서 청동기시대 유적·유물이 대거 발굴된 것은 고고학적으로 크게 주목할 일이다. 특히 최근 한강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선사유적지가 잇따라 발굴되고 있는 가운데 이버엔 경기 중심부인 안양지역에서 최초로 청동기시대 유적·유물이 발굴됐다는 점에서 학계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반도 중서부지역 청동기시대 전기의 문화적 특징을 보이고 있는 이곳 유적이 경기지역 청동기 문화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매장문화연구원이 지난 3월부터 발굴 조사한 지역은 안양 인덕원 사거리 부근으로 관악산 산자락의 나지막한 언덕이다. 발굴 조사결과 청동기시대 주거지 5기를 비롯 수혈구덩 4기·석곽묘 2기·토광묘 1기 등 12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또 구순각목·공열문토기·석창 등 유물도 다수 출토돼 이 일대에 대규모 취락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관로매설 공사를 위해 실시한 기초적인 구제발굴 결과 불과 314평에서 이렇게 많은 유적·유물이 발굴된 것은 의외의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당국은 이 지역의 상수도 사업 변경은 물론 발굴지역을 중심으로 이 일대를 사적지로 지정, 발굴 조사를 광역화할 필요가 있다. 조사단이 지표조사만으로도 구석기시대 유물로부터 통일 신라까지의 유물이 채집된 것으로 보아 몇만년에 걸친 복합유적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발굴 조사의 광역·본격화는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당국은 조사단의 지적처럼 이 지역을 선사유적공원으로 조성,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함은 물론 서울대공원이나 경마장등과 연계, 관광자원화 하는 방법도 검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유적지를 지정·발굴하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간의 재산권 및 생존권 보호가 충돌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난해 서울 풍납토성 문화유적 발굴현장을 주민들이 굴착기로 밀어버린 사건을 교훈삼아 지자체나 정부가 해당지역을 매입한다든가 납득할 만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와 역사유물은 조상의 숨결을 만나고 역사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는 민족문화의 자랑스런 유산이다. 이 소중한 국가의 문화적 자산이며 사료가치가 큰 유적·유물을 정성스레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은 후대에 대한 우리의 의무이다. 정부차원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책을 재삼 촉구해 둔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