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기무치’

白山우리 여고생가운데 김치 담글줄 아는 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의 여자고등학교중엔 김치를 정규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있는데 비해 국내에는 김치 교과를 둔 학교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오사카 오카마치, 이즈미 등 두 여고가 공교육 기관에서는 처음으로 김치교실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한 이후 확산되고 있다. 오사카에서 시작한 김치교실은 도쿄까지 퍼져 10여개 여자고등학교가 김치 수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학교는 이론과 병행한 실습 등을 통해 배추 고르는 법에서 김치 담그는 법, 보관요령 등을 가르치는데 연간 40여차례의 교과 단원을 할애하고 있다.

배추김치, 무김치, 오이김치 등은 물론이고 김치를 이용한 볶음밥, 부침, 덮밥 만들기도 교육한다. 김치교과 채택은 김치를 세계적 식품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큰 역할을 한다는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건의를 문부성이 받아들여 파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의 농수산물유통공사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때 자기나라 김치를 선수촌에 납품하려다가 우리 농협에 의해 제지당한 적이 있다. 또 무슨 세계식품기구에 ‘기무치’(일본식 발음)를 일본 식품인 것처럼 보고를 시도한 적도 있다. 이같은 좌절에도 꺾이지 않고 여전히 김치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일본이다. 일제땐 ‘조센징(조선인)에겐 기무치(김치) 냄새가 난다’며 싫어해대던 사람들이 해방후 재일 동포들을 통해 뒤늦게 맛들이기 시작한 이래 이젠 아예 자기네들 고유의 음식인 것처럼 행세하기에 이르렀다. 이러다가는 김치종주국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어머니로부터 전래의 장맛, 김치맛 솜씨의 전수를 거부한 많은 신세대 주부들은 김장김치마저 시중에 주문하는 형편이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조리와 점점 멀어져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국내 여고에서 김치 교과를 정규 과목으로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필수과목이 아닌 선택과목으로 하면 대입수능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려는 학생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대학입시가 여기서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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