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테마>우리는 이웃사촌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구조상 편리함은 있으나 인간 사는 맛이 없다고들 하지만 하기 나름인 것같아요. 서로 이해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과 노력만 있다면 편리함과 사람사는 맛을 함께 느낄 수 있거든요”

김포시 장기동 48번 국도변에 자리잡은 월드아파트 전원마을 주민들은 회색의 삭막한 아파트를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주거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부녀회를 중심으로 입주자대표회와 관리사무소가 아파트의 생활풍속도를 바꿔가는 것이다.

전원마을은 지난 98년 입주가 시작돼 지난해까지 모두 4개 단지 2천400여세대 7천여명의 주민이 모여사는 비교적 큰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6월들어 전원마을에는 마을 이름 그대로 단지 곳곳에 울창한 숲과 함께 분홍·빨간색 넝쿨장미가 콘크리트 회색벽을 덮었다.

여기에 단지 주변으로는 주민들이 심고 가꾼 벚나무와 화단으로 조성한 꽃길이 울창함을 더해주고 있다.

이때문이어서인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일상으로 살아오다 이곳에서 만나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은 비록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여느 시골의 한적한 전원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여유롭고 훈훈하다.

새로 입주한 주민이 있으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없이 서막함을 덜어주기 위해 눈인사를 하고 단지내 곳곳의 시설에 대해 설명해 준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부는“이곳으로 이사오면서 가장 큰 걱정이 지역도 낯설고 아는 사람도 없어 아이의 학원등록에서 입주수속 등의 절차문제로 걱정이 앞섰는데 이삿짐을 내리는 순간부터 이웃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줘 이같은 걱정을 덜게 됐다”며 전원마을 이웃들의 친절함에 대한 경험을 얘기해줬다.

전원마을 주민들은 주민 스스로가 살맛나는 그리고 주민 모두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아파트의 주거환경을 바꿔간다.

전원마을 관리사무소에는 주부노래교실과 바둑교실이 있다.

부녀회가 주부들이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웃들과 사귀고 더 좋은 아파트를 만들어가기 위해 지난해 관리사무소의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만든 곳이다.

또 관리사무소에는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쉽게 좋은 책들을 접할 수 있는 마을문고가 있다.

이곳에는 초등학교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도서 2천500여권이 비치돼 있다.

지난해 개관한 이 문고는 책을 빌려보기 위해 시내까지 나가야 돼는 주민들의 불편을 덜기위해 관리사무소 2층의 한켠을 나눠 주민 스스로가 만든 마을문고로 시립도서관과 연계돼 반출서만 작성하면 책을 맘껏 빌려볼 수 있도록 돼있어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아이들 숙제자료를 찾기위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부는“인근에 서점도 없고 도서관도 멀리 떨어져 있어 불편했는데 마을문고가 문을 연 뒤 아이와 몇번 이곳을 이용하고서부터는 이제 아이가 직접 문고를 찾아 필요한 도서를 찾아볼 정도로 주민들과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주민들이 시내까지 나가지 않고도 필요한 생필품을 단지내에서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단지내에서 열리는 알뜰시장을 부녀회가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열리는 알뜰시장은 그동안 사업자 선정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던 부분.

그러나 지난해 제2기 부녀회가 이같은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고 투명하게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기 위해 ‘작은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단지내 게시판과 벽보를 통해 업자선정 입찰을 공고해 10여명의 업자가 참여한 가운데 업자를 선정한 것이다.

선정과정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추천한 동대표와 부녀회, 통장, 주민들로 사업자 선정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계획서 청취와 심사위원들의 평가표 합산으로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을 높여 사업자를 선정했다.

부녀회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금을 고스란히 주민들을 위해 사용한다.

또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각 세대에 조목조목 수입과 지출내역을 알려주는 일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 부녀회는 한달에 한번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불우한 이웃들을 찾아 작은 정성을 전달하기도 한다.

지난 4월 전원마을에는 자체 불법주정차 단속반이 구성됐다.

단지 출입구의 무단 불법주정차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녀회와 노인회가 주축이 돼 만든 단속반으로 시와 경찰협의를 거쳐 단지내 도로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전원마을 주민들은 삭막함으로 대변되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이웃과 함께 편리하게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작은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김경숙부녀회장 인터뷰>

전원마을 부녀회 김경숙회장(50)은“대규모 아파트 단지이면서도 주민간 갈등이 없고 주민 스스로가 노력해 전원마을을 살기 좋은 아파트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에 대해 크게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회장은 아파트 주변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이 없고 또 이들 시설이 있는 시내까지의 거리도 멀어 최대한 단지내에 주민들이 편하고 쉽게 그리고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을 주민 스스로가 차분하게 하나 둘씩 만들어나가는게 큰 보람이라고 덧붙혔다.

김회장은 부녀회의 활동에 대해“회원 대부분의 연령층이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여서 단순히 아파트 단지내의 문제에 국한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김포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해 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녀회는 지난해 김포우회도로 건설과 관련해 서울국토관리청과 김포시에 노선변경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고 노선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었다.

김회장은 이어 주부들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 지난 5일에는 국민체조 에어로빅 강좌를 개설했다”며“임기동안 주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생활복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주민불편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수시로 접수해 회원들과 함께 살기 좋은 최고의 아파트 단지가 될 수 있도데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포=권용국기자 ykkwu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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